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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100초 리뷰

[도을단상] 영숙이랑 영수랑

마르고 닳도록 로미오와 줄리엣

by 도을 임해성

[도을단상] 영숙이랑 영수랑

새해맞이 음식 장만을 마치고 백만 년 만에 대학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번안한 영숙이랑 영수랑 연극을 보았습니다.
1979년 아직 유신헌법의 무도함이 살아 있던 시절, 빨갱이라고 고문한 군인 집안의 딸과 그 고문 끝에 죽은 아비의 아들이 운명적으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그 뻔한 이야기를 우리 시대의 아픔과 우리 또래의 즐거움을 씨줄과 날줄 삼아 엮어냅니다.

연출이 좋았던 작품이네요.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요. 윤석열의 무도한 계엄시도로 흉흉해진 세월에 뿜어지는 깊은 안도의 한숨이 차가운 겨울 공기에 닿아 입김으로 피어 오르는 요즘이라 괜히 좀 더 실감이 나더군요.

갑진년 보내고 을사년 맞으며, 다시 한 번 나라 구한, 국회 투입 군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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