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시작
손주 주아는 2012년생 남자아이다. 2년 만에 만났는데 올해 10cm 이상 키가 자라면서 몸의 불균형이 심하다. 키는 160cm인데 체중은 41kg이다. 발목이 가늘어서 불안하다. 한국에 와 있는 두 달 동안 3~4cm가 자랐다. 그 여파인지 ‘프리할록스 신드롬(prehallux syndrome)’이 생겼다. 이 증상은 발바닥 중간 부분에 필요 없는 뼈가 자라는 것이라고 한다. 발 중간이 약간 튀어나와 있고 만지면 아프다고 했다.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몹시 아프지 않으면 특별한 치료 없이 두고 보자고 한다.
남자아이들의 성장과 관련된 호르몬이 테스토스테론이다. 사춘기가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1,000% 이상 방출되는데, 이것이 편도체를 자극한다고 한다. 사춘기 남자아이들의 공격성이나 충동성은 뇌의 편도체와 호르몬의 합작품이다.
주아는 말이 빠른 아이가 되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울 때가 많다. 천천히 말해 달라고 부탁하면 ‘아니에요’하고 말을 멈춘다. 그 아이의 버릇을 고쳐보겠다고 유튜브 동화 읽기를 0.75배속으로 읽어보라고 하였다. 느리게 읽으면서 그사이를 못 참아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너스레를 떨고 웃긴다. 연습을 할 수 없을 정도다. 따라 읽으면서 하는 말이 자기는 유튜브를 볼 때 2배속으로 본다고 한다. 세상에 그러니 말이 빨라지지. 하나부터 열까지 아이들의 습관이나 행동이 유튜브나 게임의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런가 하면 영어나 아랍어를 할 때는 보통의 속도로 말한다. 한국어가 더 익숙하다는 뜻일 것이다. 줌으로 만날 때마다 천천히 읽는 연습을 하도록 이야기를 해 보아야겠다.
며칠 전에는 입가에 나기 시작하는 수염을 없애고 싶다고 부탁한다. 어디서 알았는지 왁싱을 하겠다고 한다. 면도하면 어떠냐고 했더니 아빠가 못 하게 한단다. 하도 부탁을 해서 왁싱하는 곳에 알아보니 왁싱을 하고 2주 정도 뒤면 다시 센 수염이 나올 수 있다고 권하지 않는다. 그랬더니 족집게를 달라고 한다. 잠시 후 빨갛게 된 입 주위에 수염이 없는 얼굴로 나타났다. ‘아프지 않니?’ ‘안 아파요’라고 한다.
매주 줌을 할 때면 스튜디오 효과로 수염을 띄우고 안경을 쓰기도 하며 정신없게 한다. 아이들의 장난기가 발동한 거로 생각했었다. 이유가 있었다. 자기 입 주위에 나는 수염을 가리고 싶어 스튜디오 효과를 이용했던 것이다.
누구나 겪는 사춘기이다. 그 시간을 지나는 모습들이 다양하다. 나는 두 딸을 키워서 남자아이들의 사춘기를 잘 모른다. 이차 성징과 함께 아이들의 다른 모습을 보며 부모들은 놀라기도 하고 힘들어하기도 한다. 2년 전만 해도 배꼽을 씻겨 달라며 목욕탕 문을 활짝 열어 놓던 아이들이 이제는 잠금 장치부터 점검한다. 섭섭하기도 한편으론 기특하기도 하다. 저렇게 자라는 거구나 2년 후엔 할머니 할아버지와 말도 안 하지 않을까.
아이를 키울 때 팔을 잡힌 경험이 있다. 큰 딸이 중 2였을 때다. 하도 방 정리를 안 하고 책상도 엉망이라 방에 들어가 치우라고 소리치며 야단을 쳤다. 그랬더니 팔을 잡으며 ‘내 방식으로 정리한 거야’ 하며 소리를 쳤다. 컸구나! 하는 생각. 더 이상 잔소리로 변할 수 있는 어린아이가 아니라는 깨달음이 왔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와 사추기를 맞는 부모와의 충돌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아이들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에 있음을 부모가 인정해야 한다. 몸과 감정의 부조화로 인해 정상이 아니라고 이해해야 한다. 기다려 주어야 한다. 잔소리, 조언 이런 말은 사춘기 아이의 화를 북돋우는 말이다. 부모는 어이없는 아이의 말과 행동에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 방송이나 유튜브에 나온 음식과 과자 등은 다 경험해야 한다. 저녁을 먹고 나서 편의점 나들이를 몇 번을 한다. 하루는 컵라면을 먹고 다시 치킨을 시켜 먹었다. 서비스로 준 콜라를 마시며 ‘할머니, 콜라가 왜 이렇게 써요?’ 한다. ‘뭐???’
그래 네 나이는 콜라도 쓴맛이 나는 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