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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봄이다 봄, 봄

by 영동 나나

거실에 앉아 햇볕을 쬐며 봄의 생기를 받는 93세를 흘깃 본다. 이제 정면으로 보는 것이 서로 민망하다. 눈을 마주칠 수 없다. 93세도 69세도 얼굴이 많이 변했다. 자신의 얼굴은 생각 안 하고 마주 보는 엄마만, 딸만 늙은 것 같아 서로 마음이 아프다.


강한 진통제를 먹으며 한국행 비행기를 탔던 93세는 그리워하던 동생을 만났다. 반가움도 잠시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4년을 버텨 주었다. 93세가 돌아가실 것을 생각하고 한국에 왔던 75세와 69세는 예상과 달리 건강을 유지하는 93세를 보며 그녀의 강인함에 다시 한번 놀랐다.


회춘할 수는 없지만 자신의 통증과 노환을 인정하며 최소한의 에너지를 최대한으로 쓰면서 매일매일을 살아간다. 93세가 안 계신다면 우리 집엔 김치도 강된장도 없을 것이다. 빨래는 더러울 것이고, 청소도 엉망일 것이다. 지금도 이 집을 움직이는 힘은 93세다.


오늘 93세를 생각하며 장례 절차와 장례 비용을 알아보았다. 천년만년 살고 지고를 할 것 같아 아무 준비 없이 살아왔다. 돌아가시는 날은 올 것이고 그날은 슬플 것이며, 많이 울 것 같다. 지금은 내 옆에서 진통제를 먹으며 잔소리를 한다.


장수 노인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일상의 모습이고 다른 가정도 비슷하리라고 생각한다.

이 연재는 93세가 만들어 주었다. 나를 나답게 만들어 주는 93세가 계셔서 행복하다.






* 이 연재를 위해 15번의 커버 이미지를 그려준 9세 손녀에게 빚을 졌다. 한 번 그리는데 15,000원인데 15번이니 큰돈이 되었다. 조금 깎아달라고 해야 하나 싶지만, 참 고맙고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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