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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썰매

by 고래씌 Dec 15. 2023

우리 가족은 스키나 스노우보드 등을 아예 타지 못한다.

나는 걸스카우트에서 동계야영으로 스키캠프를 다녀왔지만, 넘어졌을 때 부츠를 분리하고 폴대에 의지해서 일어나는 것을 배울 때 한번에 잘 일어나지 못하던 것이 트라우마가 되어서 그 후 스키는 더이상 흥미를 갖지 않았다.

사춘기에 접어든 초등학교 6학년 시절, 또래들 사이에서 혼자 잘 하지 못하는 것도 창피했는데 나때문에 진도가 늦어진다며 한숨쉬던 강사의 비웃음이 꽤나 상처가 됐기 때문이다.

나이먹고 생각해보면 아마 그도 한철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에서 벗어난지 얼마 되지 않은 그런 이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래도 그땐 너무 했어. 흥!


그래서 나는 어떤 배움이 없어도, 미끄러질 수 있는 수단만 있으면 눈밭을 달리며 쾌감을 느낄 수 있는

눈썰매가 좋다.

중학생때던가, 학원을 빼먹고 외삼촌 가족들과 갑자기 여행을 떠난적이 있다. 그때 눈썰매를 타러 갔었는데 유치원, 초등학생이던 외사촌들보다 더 신나게 놀았던게 아빠랑 우리 자매였다.

미끄러워서 잔뜩 쫄아붙어 경계하면서도 열심히도 언덕을 올랐다. 일단 눈썰매를 깔고 앉으면 겨울 칼바람을 뚫고 슝- 하고 내려가는 그 속도감이 그 어떤 겨울 레포츠보다도 스릴 넘친다고 자부할 수 있겠다. 더 어린시절 아빠와 함께 한 썰매를 타고 신나게 달리는 사진이 여러장 있는 것을 보면 우리집의 최고 동계스포츠는 단연 눈썰매가 맞는 것 같다.

어릴때는 가벼워서 내 썰매가 제일 안나가는 것이 속상했던 기억도 난다. 아빠나 엄마가 같이 타줘야 힘을 받아 썰매가 날듯이 미끄러지며 정신을 못차리게 즐거웠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불현듯 눈썰매의 기억이 떠오른 건,

아빠의 칠순을 핑계 삼아 떠나기로 한 삿포로 여행에서 우리는 남들과 다르게 눈썰매를 타러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필수코스라는 외곽 버스투어를 떠날까, 시내 관광을 하며 쇼핑을 할까 뭔가 딱 마음에 드는 일정이 없었다.

그런데 언니가 삿포로에서 아빠와 눈썰매를 타러가기로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옳다구나 싶어 열심히 블로그를 둘러보니 아주 가까운 곳에 눈썰매를 탈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썰매에 장화까지 다 빌릴 수 있다고 하니 더할나위없이 신나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빠와 언니와 경쟁에서 이번에는 기필코 내가 이기고 말리라. 무게로는 지지않는 나니까. 푸하하.

이번에 새로 쓰일 눈썰매의 기억이 얼마나 신날까.

이번 일정 중에 가장 기대된다. 기다려라 눈썰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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