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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장

by 고래씌 Sep 15. 2023

근 30년만인가.

엄마아빠와 손을 잡고 야구장에 가본 것이.

어느 일요일 모처럼 쉬시는 아빠의 분위기 환기차 생각한 것이 야구장에 가자였다.


농구장에 다녀보니 스포츠가 때론 스트레스가 되기도 하지만 같이 소리치고 응원하고 맛있는걸 나눠먹으며 스트레스 해소가 더 큰 것 같아서 말이다.

​일찌감치 일요일에 무슨 옷을 입을까 설레하는 아빠, 그날 어줍잖이 사먹지 말고 도시락 싸가자며 재료를 사둔 엄마- 그 모습이 참 귀엽고 좋아보였다.


​나도 사실 야구장에 내돈으로 티켓 끊고 앞장서 가본건 처음이고, 고척돔은 주차 등 제약상황도 많아 걱정이 되었지만 까짓것 한국말 안통하겠냐(?) 싶은 심정으로 떨리는 마음을 숨긴채 야구장으로 향했다.


​일반주차가 안되는 고척돔이지만 우리 차가 장애인 차량인 덕에 손쉽게 주차할 수 있어서 편했다. 문제는 그다음- 두리번 두리번 어디로 가야하냐 나에게 의지하는 아빠엄마를 이끌고 “가만히 여기 계셔 티켓 발권해올게!” 신신당부를 하고 서둘러 티켓박스를 찾아가는 길에 혹시나 오래 기다릴까봐 초조한 마음으로 부리나케 뛰어다녔다. 무사히 티켓 발권을 마치고 아빠엄마 고척스카이돔 첫 입성 기념사진도 찍어주고 입장! 일찌감치 서두른 덕분에 여유롭게 엄마가 일찍부터 준비해준 도시락을 먹고 7회말까지 아슬아슬 줄타는 경기를 재밌게 지켜보고 길이 막힐까 조금 일찍 귀가길에 나섰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아빠는 대번에 “다 젊은이들 뿐이더라. 응원가도 외우고 신나게 즐기더라. 늙은이는 엄마랑 나랑 뿐인가봐. 뭐라고 하는지 같이 응원하고 싶어도 모르기도 하고- 안경을 안가져와서 공이 날아가는 것도 잘 안보였어.” 라며 그제사 아쉬움을 토로 하셨다.

30년 전, 나와 언니를 야구장에 데리고 올시절만 해도 지금의 내나이쯤이었을 아빠. 티켓 발권이며 뭐며 척척 해냈을 아빠. 지금은 나에게 의지해야하는 상황인 것도, 주위를 둘러보니 생기 넘치는 젊은 친구들만 있는 곳에 나이든 사람이 온 것 같아 주눅든 마음이 들었다는 것도 그런 스스로 나이듦에 대한 서글픔이 묻어나는 말을 들으니 어쩐지 마음이 좋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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