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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by 고래씌 Oct 18. 2023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중반부터 엄마아빠는 음식점을 하셨다.

그로부터 꼬박 20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음식점을 운영하셨다가 작년에서야 자의반 타의반으로 정든 음식점을 그만두셨다.


엄마아빠와 저녁 예닐곱시에 집에서 먹는 저녁이 낯설었고, 주말에 같이 드라이브를 가는 것도 낯설었다.


어릴때부터 엄마는 우리를 데리고 문화생활을 많이 하셨다. 피카소 특별전이랄지, 도서전이랄지, 중앙박물관(조선총독부 건물이던 시절......)에 간다던지 등등 수없이도 많이 다녔다.


그래서인지 성인이 되고서 뮤지컬을 보러간다던가 미술전시를 보러가면 꼭 엄마 생각이 났다.


나도 엄마랑 그림보러 오고싶다. 평범하게 주말을 보내고 싶다. 이런 마음-


그 마음을 21년이 지나 이제야 풀었다.

감사하게도 막바지 예약 찬스로 엄마와 같이 영국 내셔널갤러리 내한전를 보러 가게 되었다. 불꽃축제 날인지도 모르고- 인파를 뚫고 덜덜떠는 운전을 해가면서.


결론은 너무 좋았다.

어릴때 엄마가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고 나를 슬쩍 앞으로 밀어 보게 했던것처럼.

내가 슬쩍 자리를 잡고 엄마를 앞세워 하나라도 더 보고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엄마가 물려준 재산.

환기할 수 있는 문화적 요소를 많이 접하게 해주었던 것-

잘은 모르지만 그런 장소에 가는 것을 낯설지 않게 해주었던 다양한 경험들.

그것을 보고난 후 함께 감상을 나누고 서로의 소회를 밝히는 따뜻한 시간까지!


시간이 허락한-

엄마가 나한테 그러했듯-

나도 엄마에게 많이 선물해주고 싶은 시간-


돌아오는 길에

의도치않게 보았던 불꽃축제의 아름다움까지 더해져 더없이 행복했던 날의 기억을 나누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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