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
어릴때 친구 집에 놀러가보면
크게 걸려있는 사진관에서 찍은 가족사진이
우리집에는 없었다.
대학원때던가-
무료 촬영권이 당첨되었다길래 예약을 해서 처음으로 사진관에 가서 가족사진을 찍었더랬다. 물론 무료인건 한장이고 나머지는 다 옵션옵션옵션. 어쨌든 우리도 남들처럼 가족사진을 가지게 되었다.
그후로 어느때부터 가능한 1년에 한번은 어떤식으로든 가족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몇번은 모두 풀셋이 되어있는 사촌동생 결혼식장에서 별도의 금액을 주고 찍은적도 있고-
스냅작가를 불러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옷을 맞춰입고 어색한 점프샷을 찍으면서 깔깔깔 거린적도 있다.
올해는 아빠엄마의 결혼기념 40주년으로 반드시 기념할만한 해가 되었다. 다들 시간이 맞지 않고 어디에서 어떤 컨셉으로 찍어야할지 막막해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었다.
우리가 맞춰입은 옷이 여름옷이고 부모님의 결혼기념일이 4월이니 긴팔을 입는 시기가 도래하기 전에 찍자고 암묵적인 약속을 했다.
초조한 시간이 흐르고 어쩔까 하다 추석연휴, 아빠 휴무에 맞춰 셀프사진관에 가기로 했다.
나도 셀프촬영은 처음이라 잔뜩 긴장했지만- 엄마아빠 앞에서는 아닌척 시치미를 떼고 척척 비밀번호를 누르고 사진관으로 입장했다.
결과적으로는 너무 재밌었다.
비록 조작이 낯설어 카메라에 너무 바짝 가까이 포즈를 취해 사진이 죄다 꽉꽉 들어차게 찍혔기는 하지만-
아빠의 어설픈 프러포즈 자세랄지,
세로 한 컷에 가득차 5명이 모두 프레임에 들어오지 않는 것을 서로의 살찐탓을 하며 깔깔 웃는다던지(분명 뒤로 가서 찍으면 됐을 일이었다, 정말로.) 우리끼리 있어서 더 편안하게 찍을 수 있는 장소라 너무나도 좋았다.
엄마아빠 각자의 독사진을 끝으로 1시간여의 촬영을 마무리했다. 그 자리에서 출력되어 나오는 사진을 너무나 신기해 하는 아빠가 귀여웠다.
40주년을 기념하여,
가능한 매해 가족사진을 찍자던 약속까지도
완수 할 수 있어서 기분 좋은 10월의 시작이었다.
10월의 마지막에 와서야 남기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