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는 어두운 집에 불 밝히기
격주로 엄마가 외할머니 간병을 간지는 아마 일년이 되지 않았을것이다. 그전에는 평일 내내 엄마가 없었는데
그때마다 아빠의 우울은 깊어져 갔었다. 회사에 갔다 돌아오면 불을 끈채로 밥을 드시고 있는 아빠를 자주 보았다. 다시 우울증이 심해질까봐 걱정이 되곤 했다. 웃는일도 말을 하는일도 움직이는 일도 엄청나게 줄어 들었다. 게다가 치매인 할머니를 돌보느라 웃음이 날일은 당연히 없겠다 싶었다. 엄마가 없는 집은 정말 어두웠지만 엄마를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마음이 괜찮았다. 치매 시어머니 간병하는거보다 사랑하는 본인 엄마 간병하며 엄마 본인 동생들이랑 여유되는시간에 수다떨고 티비 보는게 좋지 않을까. 집에 오지않는 엄마의 시간을 지켜주고 싶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스러워 보이는 엄마가 보였다. 전화통화를 할때면 평소보다 더욱 더 밝은 목소리를 내면서 받았다. 좋을일이 없을텐데. 솔직히 말해 이렇게 생활하는게 맞는건가 싶기도 하고 나도 너무 지쳤다. 회사일도 힘들고 집안 분위기도 너무 힘들어서. 내생각은 잠시 뒤로 했고 엄마의 시름을 조금 덜어주고 싶었고 아빠의 우울을 조금 밝혀주고 싶었다.
이전에 강아지 한마리를 키웠었다. 19살이 되던해에 세상을 떠났는데 정말 오래 건강하게 키웠다. 온가족이 강아지를 너무 좋아했고 강아지도 사랑주기를 좋아하는, 표현하기를 좋아하는 가족덕에 사는동안
행복했을거라 생각한다. 새로운 소중한 생명이 우리집에 식구가 되어준다면 아마 책임감 넘치는 아빠는 우울따위를 벗어버리고 귀하고 작은 생명을 지켜줄 것 같았다.간병에 지친 엄마의 늙고 굳어버린 마음에도 살랑살랑 바람을 불어 넣어 줄거 같았다.몇차례고 아기 강아지를 데려오겠다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역할을 정하고(*강아지를키우면서 매우중요) 새로운 식구를 맞이했다. 내예상은 전부 맞았다. 아빠가 엄마없는 날 산책을 몇번이고 하기 시작했다.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아빠는 수다쟁이가 되어있다.오늘 이녀석이 이랬다 저랬다. 너무 웃겼다고 까지 한다. 또한 엄마는 아빠가 본인없는 일주일이 강아지 때문에 아주 바쁜거같다며 예전의 아빠의 모습보다 훨씬 보기좋다고 큰소리로 웃는다. 걱정을 한겹 벗어 버린듯한 목소리다. 그러면서 집에 오는날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강아지가 너무 보고싶다면서. 모두가 지치지만 그속에서 힘을 낼 수 있는 무언가가 생겼다.
집에 돌아온 엄마가 나에게 말했다
“진짜 복덩이가 들어왔어. 얘덕분에 웃을수 밖에 없어. 힘들기도 한데 중간중간 행복하기도 해.엄마 요새 친구들이랑 이모들한테 얼마나 자랑하는데 이렇게 귀엽다고…”
엄마가 순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계속하는걸 보면서 나도 순수하게 웃었다. 아픈사람들 사이에서 많이 시들어보이는 엄마였는데 새로운 생명 앞에서 엄마 역시 환하게 다시 피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는 너무 만족스럽고 행복하다. 엄마가 행복해 하는걸 보는게 왜이렇게 재밌고 즐거운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