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Thenoir Dec 28. 2022

제가 왜 사장님 옆에 앉아야 하나요?

예쁘장한 나의 선배들이 회식 때마다 사장 옆에 앉았다.

회사가 일이 힘들고 상사가 너무 별나다 보니 같은 처지의 직원들끼리는 사이가 매우 돈독했었다. 특히 나는 같은 부서에 동료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부서 여자 선배들과(글에서 편의상 선배로 칭함-직급 비슷)는 너무 가까웠고 나를 안타까워해주는 바람에 많은 챙김을 받았었다. 그러니 서로 회사욕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다. 이번회식은 사장님과 함께하는 큰 회식이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선배들과 회식장소로 갔다.

나의 상사는 사장의 오른팔. 자리를 본인이 배정하기 시작한다.

"여긴 사장님 앉으시고, 그 옆에는 00이 앉고, 그 옆에는 00 앉고 앞에는 00이 앉으면 되겠다!."

나랑 여자 선배들 모두 사장을 뺑둘러 앉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이게 뭐지 싶었다. 왜 이렇게 앉아야 하지? 나는 술 적게 먹고 싶은데..

사장이 등장하자 모두 기립했다. 이런 분위기는 처음이어서 모든 회식이 이런가 싶었다.

사장이 앉자 모두 착석하고, 사장은 큰소리로 말했다.

"다들 여자끼리, 남자끼리 앉았네? 남녀남녀 이렇게 섞어 앉도록해, 내 옆자리 앞자리만 빼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내상사 이 사람이 이렇게 자리를 배치한 것은 이유가 있었구나.

사장 회식하면 시중 들어줄 사람 본인이 하기 싫어서 우리를 앉게 한 거구나 싶었다.

"요즘 예쁘다 하고 머리만 쓰다듬어도 다 신고한다고 하더라고 하하하하 무서워서 못해~"

 사장이 회식에서 처음 한다는 말이 가관이었다. 그다음은 더 놀라웠다.

"나는 일본 여자들이 좋더라고 리액션이 최고거든. 우리 여직원들 리액션이 영..."

세상에... 지금이 무슨년도였더라... 대단했다.

그냥저냥 비위 맞춰드리는 시간들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사장은 본인 옆에 선배에게 어깨동무를 하며 고기를 먹여주고 있었다. 저게 뭐지 싶을 때 빠르게 손을 내리는 사장.

순식간이었다. 터치도 자연스럽고 빨랐다. 잔을 잡을 때 은근 손을 같이 잡거나, 힘내라고 토닥일 때

은근 브래지어 끈 쪽을 쓰다듬고 손을 빨리 떼었다. 능숙하고 빠르게 당하는 사람이 어 뭐지? 싶을 때는 상황이 끝나있었다.

불편한 회식이 계속될 즈음에 사장이 요새 어깨가 결린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걸 듣고 있던 내 상사는 어서 사장님 어깨 주물러 드리라며 “00아~ 어깨 좀 주물러드려봐~ 잘할 거 같아!” 이렇게 말했다.

너무 어이없고 당황스러웠다. 그 자리를 박차고 나오고 싶었지만 선배들과 나는 당장 그만둘게 아니라 참고 버텼다.

상사와 사장의 눈밖에 나는 것이 두려웠던 나와 여자선배들은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기만을 바랬다.

드라마 같은 사이다는 없었고, 여자 선배들과 나를 제외 한 나머지 내 상사와 각 부서 팀장들은 자기만 안 당하면 되니 모른 척했다.  





작가의 이전글 연말마다 정리하는 카톡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