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보일러 기름 유출 사건

불평할 것인가, 발 빠르게 대처할 것인가

by 윤작가

건물주가 위층에 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생기면 어머니께서 해결사로 나서서 위층으로 찾아가신다. 예를 들어 갑자기 문이 잠겨 열리지 않거나 기름보일러에 이상이 생기거나 화장실 수도관에 문제가 생기거나 등.


얼마 전부터 기름 냄새가 확 끼치는 거다. 이럴 리가 없는데 무슨 일이지 했는데. 냄새가 나는 쪽은 화장실 옆 보일러 부근. 테라스가 있는 곳이다. 멀쩡하던 보일러가 갑자기 왜 이러나 싶고. 원인을 살펴볼 정신도 없이 그 기름 냄새에 질식할 것 같고 기분이 영 말이 아니다. 이게 참는다고 될 일은 아니고 기름이 유출되면 환경에도 치명적인 타격에 우리 두뇌와 호흡기, 건강에도 해로우니 어서 해결은 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럴 때 문제는 비용이니까.


월세를 내고 사는 우리 집에 무슨 일이 생기면 건물주에게 이야기를 해야 하고 그러면 위층 아저씨가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내려와서 살펴보시고 사람을 부를지 말지 결정하신다. 좀 번거롭고 시간이 지체되는 모양새. 평소 친절하고 좋은 분이나 웬만해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본인이 직접 부품을 사 오거나 살펴보시는 편이다. 그러나 지켜보는 엄마와 나는 걱정이 앞섰다.

예전에 동생이 싱크대 수도꼭지에 물이 잘 안 나온다는 말을 듣고 새 수도꼭지를 사 왔다. 엄마와 나는 시키지도 않은 일에 괜히 돈을 썼다며 동생에게 지청구를 주고. 동생은 좋은 일 하고 욕만 들은 셈. 그래도 동생이 사 온 거니 써보자며 변기가 탈 났을 때 위층 아저씨가 화장실 수도꼭지도 동생이 사 온 새것으로 바꾸어 준다고 하셨다. 그렇게 안 해도 된다도 했는데도 굳이 손을 봐주시는데,

"어머나!!!"

갑자기 물줄기가 쏴아 사방으로 퍼지더니 아저씨가 손 본 것이 잘못되었는지 물벼락이! 그 후로 아저씨의 기술력에 신뢰가 많이 무너진 엄마와 나는 차라리 기술자를 불러 제대로 고치는 게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던 찰나 얼마 전부터 기름 냄새가 진동하고. 기름이 새는 것 같다는 엄마의 말에 또 돈이 들어갈 걱정에 내 머리는 아파온다.


"우선 기술자를 먼저 불러요! 그러고 나서 위층 아저씨에게 이야기해요. 그냥 우리가 돈 내던지 이렇게

계속 살아갈 순 없어요!"

이럴 때는 의기투합, 엄마와 나는 찰떡궁합이다. 전에 받아놓은 명함 연락처로 보일러 기술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호스에 기름이 새고 있단다. 그런데 부품을 주문해야 한다고 다시 연락을 주신단다. 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기술자에게서 연락이 왔다.

"아... 호스가 없는데요! 제가 어떻게든 해보겠습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부품이 없는데 알아서 해보겠다? 기술자는 다녀갔고 짧은 호스로 교체해서 보일러 호스와 밖으로 나가는 관이 서로 맞닿게 되었다.

보일러 가동 시 주글주글한 관에서 나오는 열기로 녹아내린 하얀 통, 아찔했던 순간!

"이러면 불난다! 이게 뜨거워서 타는데..."

그놈의 도시가스를 왜 교체 안 해가지고 이 난리냐 싶은 불만부터 기술자는 이것도 생각을 못 하고 주먹구구식으로 호스만 교체했냐까지 내 마음은 뒤숭숭 그 자체. 나와 달리 어머니는 바닥 청소를 하시다 끈을 찾아서는 "호스와 배관이 서로 맞닿지 않게 내가 끈을 이용해서 만들어봐야겠다" 하신다.

불평부터 나오며 남 탓하기 바쁜 나와 대조적으로 있는 재료를 활용하여 재빨리 문제점을 수습하려는 노련하고 지혜로운 어머니. 언제쯤 그 지혜를 닮으려는지.

"이거 전에 사장님이 갈았던 호스 아니에요?"

어머니 말씀에 움찔하는 기술자. 아, 정말!!!


총비용 4만 원. 영수증을 받아야 된다는 내 말에 기술자로부터 영수증을 받아 위층으로 들고 가서 반반씩 내기로 건물주와 이야기를 끝낸 어머니. 사실 위층에 4만 원 전부를 받고 싶지만 건물주 동의 없이 우리가 기술자를 불렀기 때문에 인간애로 우리도 반을 지불하기로 했다.


보일러야, 이제는 제발 아무 탈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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