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에게 갇히지 않기 위한 방법
예전보다 자주 깬다. 깊이 자지 못한다. 생각이 많아서겠지. 꿈에 여러 사람이 나온다. 현재 만나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아이들이 등장할 때도 있다. 모든 게 번거롭다. 무엇보다 심장 박동이 제멋대로다. 그 놈을 생각하면 쿵쿵 울리듯 심장 박동수가 커지고 빨라진다. 그리고 두통이 시작된다.
자식의 이혼을 경험한 친구는,
"상식적인 놈이 아니야. 그 놈 자꾸 생각하지 마라. 너 병 난다."
라고 말을 한다. 그러나 나는 멈출 수가 없다. 멈춰지지 않는다. 속은 들끓고 이 일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는 정신도 쉬지 못한다. 엊그제 법률구조공단을 다녀온 날은 머리가 너무 아파 음식을 삼키기도 힘겨웠다. 왜 그 놈 때문에, 가해자 한 명 때문에 우리 가족이 이렇게 피해를 입어야 하는지. 가난했지만 그래도 사랑으로 딸 아이를 키웠는데 왜 이런 고통이 찾아왔는지 하늘이 자꾸 원망스럽게 느껴진다.
회사가 어렵다고 해서 그런 줄로만 알았지. 딸에게 자꾸 돈을 빌려오라고 한 게 도박에 미쳐 그런 줄은 의심조차 하지 못 했다. 코로나로 회사가 타격을 입어 일감이 줄어들고 그래서 생활비가 없는 줄로만 딸 아이도 알았던 모양인데. 말 그대로 우리는 당했다.
알고 보니 중학교 때 폭력 전과가 있어 학교도 짤리고 졸업을 못했단다. 그래서 군대도 안 갔구나. 고등학교도, 아니,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놈이 우리를 철저히 속이고 딸을 노예처럼 부려먹었다는 것에 치가 떨린다. 그러나 이 고통은 오로지 우리 것이다. 누가 대신 질 수도 없고, 대신 감당할 수도 없는 우리들에게 다가온 바위. 사위의 폭행을 피해 딸이 우리 집으로 피신해오고 손자들을 학교에 보내고 몸이 남아나질 않는다. 수술 부위가 아픈지 어쩐지, 발목이 붓는지 어쩌는지 정신도 없이 여기저기 쫓아다니느라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그리고 나의 홧병이 다시 시작되었다. 소화가 안 되어 자주 체하고 어지럽고 머리가 지끈거린다. 심장이 갑자기 크게 뛰기도 하고 멈추지 못할 까 겁이 난다. 약에 중독될까봐 함부로 먹기도 두렵다. 과거에도 남편 때문에 게보린을 달고 살았는데. 지금은 내가 정신을 잃으면 안 된다. 그래도 억울하고 분해서 저절로 아침 일찍 눈이 떠지면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나는 엄마니까.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전사니까. 딸의 보호자니까. 손자들을 지켜야 하는 할머니니까. 더 강해져야 하고 더 견고하게 뿌리내려야 한다. 그래, 멈추지 않기 위해, 나의 홧병을 다스리기 위해 그 놈을 고발하는 중이다. 그 놈이 깨닫든 못 깨닫든 그건 내 알 바 아니다. 단지 나중에라도 우리에게, 남들에게 딴 소리를 지껄이고 다니지 못하게 내가 먼저 글로 남긴다. 나쁜 놈! 은혜도 모르는 놈! 개보다 못한 자식! 동물들도 지 새끼를 끔찍히 위하는데.
얼마 전 딸에게 그놈이 문자를 보냈다.
"내가 도저히 아이들에게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다."
'그래, 니는 아이히만이다. 생각하지 못하는 죄, 그게 딱 니 놈의 죄다.'
딸은 문자를 보여주었고, 의논한 끝에 딸은 이렇게 답을 보냈다.
"니가 나를 애들 앞에서 나 때리고 애들 통신비, 수도세, 방과후 배드민턴 비 등 생활비 안 준 모든 게 잘못이다. 애들 계좌 번호 같이 보내니 애들 용돈이나 부쳐라."
그러나 그 놈은,
"내가 돈 버는 기계가? 됐다, 고마! 이혼하고 애들은 니가 다 키워라."
라며 최소한의 애비 노릇도 안 하려고 돈 앞에 발뺌이다.
지 놈이 딸을 방에 감금해서 신용카드를 훔쳐가 대출받아 도박자금으로 다 쓰고 딸은 지금 신용불량자가 되었는데 지가 잘못한 게 없다니, 세상에 천벌 받을 놈이... 벼락이라도 맞아 뒈지면 좋으련만, 하늘이시여.......
이렇게 글로 털어놓고 나면 조금 가슴이 진정된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싫어하지 않는 취미가 홧병을 치유하는데 좋은 방법이 될 줄은 몰랐네.
이제 아침 준비하러 가야한다. 그 놈, 내가 끝까지 응징할 거다. 우린 법대로 한다. 끝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