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과거에 집착하지 마라

굴레에서 벗어나는 방법

by 윤작가

짜증이 일어 눈을 떴는데 몸을 일으키기 힘들다. 생각지도 못한, 이 부분에서 아직 내가치밀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소장이 날아올 줄이야. 그것도 그놈에게서 상간에 관한 이혼 소장이. 기가 막혀 여러 번 읽었다. 대충만 봐도 무슨 소린이 짐작이 갔고 '그럼 그렇지, 니가 딱 그 수준이지'하는 생각이 끊이질 않는다.

법률구조공단에 전화를 걸기 위해 검색을 했다.

'그때 종이가 있을 텐데.'

있다. 딸의 이혼을 준비하면서 적어놓은 전화번호. 주저없이 전화를 건다. 신호음이 간다. 나의 호흡도 차분하지 못하다. 이름을 말하니 "여러 번 전화주셨네요."하며 말씀하신다. 이런 상황이 거추장스럽고 반갑지 않아도 해야 한다. 내가 아니면 지금 전화를 걸 사람이 없으니까.

"사위가 소장을 날렸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그놈이라고 지칭하지만 남들에게는 예의상 아직 사위라는 떨떠름한 호칭을 말해야만 한다. 이런 현실도 화가 난다.

"우선 들고 여기로 오세요."

몇달 전 그놈의 전화를 받았을 때, 아니 우리집에 인사하러 온 그 놈을 보았을 때 10년이 넘어 이런 일들이 발생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더구나 죽은 애들 아버지의 노름으로 가난을 진절머리나게 경험한지라 딸이 만난 그 놈까지 이 따위 거지 같은 짓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러나 일은 벌어졌고 나는 지금 전쟁 중이다.

의처증에 가정 폭력, 도박으로 인한 생활비 탕진, 경제적 지원은 하지 않고 딸 아이를 노예 취급하듯 비인격적으로 모독한 죄. 내가 보기에도 이혼의 사유는 차고 넘친다. 그러나 어이 없게도 그 놈은 지가 먼저 우리에게 이혼 소송을 걸었다. 유책 배우자인 그놈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딸이 그 놈을 안 만났다면. 남편이 똑바로 살아서 안정적인 가정에서 딸이 자랐다면. 내가 딸을 더 세심하게 살폈다면. 애초에 딸이 그 놈을 거절했다면 따위. 무수한 생각으로 밤잠을 설친다. 호흡은 거칠어지고 입맛도 없고 살맛도 없다. 이런 엄청난 일을 내가 왜 마주해야 하는지 모른다.

때로 인생에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작년 연말 맹장이 터져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고 대략 2개월쯤 지난 시점, 그 놈은 나에게 전화를 걸어 딸의 흠담을 늘어놓았다. 무슨 소린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너무 정신이 없어 딸과 마주한 나. 눈에 띈 것은 딸의 이마에 찍힌 상처. 붉그스름한 눈자위. 미치는 줄 알았다. 의처증으로 딸을 폭행한 놈은 딸이 바람났다며 내게 당당히 전화를 걸었고 딸에게 그제서야 모든 것을 들은 나는 곧바로 움직였다.

폭행 부위를 사진 찍고, 경찰에 고발하고 법인을 찾았다. 한 달에 조금씩 모아둔 적금을 깨서 변호사 비용을 만들었다.

과거를 탓하면 그 놈을 이기기 전에 내가 홧병으로 돌아갈 지경이다. 그래서 나는 현실에서 싸우고 정신적 스트레스는 글로 풀기로 했다. 우리를 위해.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누군가들을 위해. 현실과 통신상에서 모두 전사가 되기로, 그것도 끝까지 싸워 이기는 독한 전사가 되기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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