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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Apr 0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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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속 황금물고기, 난생처음 무마취 수술하다

사건의 시작


몸에 둔감한 사람이라 그런지 이번에도 병원 가자마자 수술. 4년 전 그날도 병원 가자마자 수술을 해야 한다는 엄포를 들었다. 그동안 빠듯하게 살아와서 몸까지 챙길 여력이 없었다. 프리랜서라서 해마다 받아야 하는 검진의 의무도 없었기에 별 탈 없으면 그리 알고 살아왔는데...

몇 해 전 왼쪽 겨드랑이 아래(의학 용어를 의사 선생님께 들었지만, 낯설어서인지 정확한 명칭을 기억 못 함)에 뭔가 났다. 돌기 같은 것이 있길래, 혹시 악성종양일까 두려워서 울면서 기도드리면서 약을 먹었다. 기도의 응답인지 다행히 부었던 부위는 다시 작아졌고,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지내왔다. 그러다가 몇 달 전부터 뭔가 불편하길래 거울을 통해 봤더니, 그 부위가 점점 커지면서 빨갛게 변했다. 약간 간지럽기도 하고, 팔이 닿으면 아프기도 해서 이번에는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벚꽃 축제 기간, 차가 막힐까 걱정되어-병원을 늦게 갈 핑계인지도- 축제 후로 예약을 했는데,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만큼 피로하고 숨도 막힐 듯해서 진료를 받은 결과는 상처가 농양으로 악화되어 당장 절개, 고름을 짜내야 한다는 것이다.


분명 마취를 했는데...


택시가 잘 안 잡히기 때문에 <티머니 Go> 앱을 깔고 '온다 택시'를 통해 택시를 불렀다. 집에서 병원까지 버스로는 왕복 두 시간이 넘기 때문에 오가다 더 피로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루 3만 원에 가까운 택시비를 들이며 치료가 시작되었다. 미리 인터넷을 통해 검색한 결론은 표피낭종인 것 같았다. 환부의 상처나 모양, 돌아가는 상황이 그러했다. 초음파를 찍고 바로 수술을 통해 2cm 절개, 말 그대로 쥐어짰다. 그런데 문제는 수술 자체가 아니라 마취!


"마취 주사 놓으면 아프고, 짜면 또 아픕니다. 그냥 마취 없이 치료하는 게 어때요?"

이러시는 게 아닌가. 무슨 수술을 마취도 없이 하는지 순간 정신이 멍해졌지만, 처음 겪는 일이라 당황해서 그런지 뭐가 뭔지, 어찌 돌아가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멍해진 나를 두고, 보호자로 동행한 동생이 다시 물었다.

"네에? 마취 없이 수술한다고요?"

의사 선생님은 잘 참게 보인다며 은근슬쩍 나를 추켜세운 후 수술에 들어갔다. 죽기야 하겠는가 싶었지만, 독립투사처럼 고문당하는 느낌! 참을만한 순간도 있었지만, 불로 지지는 듯하게 뜨겁고 따갑고 불타는 느낌은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염증이 심해서 마취약이 듣지 않는단다. 거즈를 깔아놨으니 매일 소독하면서 후속 과정을 결정하자고 하신다. 어찌 됐든, 아프게 했던 상처가 사라졌으므로 그날 밤은 편안하게 잠을 잤다. 문제는 그다음...


재수술 결정


절개한 뒷날부터 매일 소독을 했다. 1분도 되지 않는 소독 시간을 위해 하루 3만 원의 택시비와 13000원가량 하는 치료비를 치르며 부지런히 오갔다. 우선 의사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상처는 깨끗해졌는데, 주변이 지저분합니다."

(아니, 지저분하다는 것은 무슨 뜻이야?)

속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말씀하신다.

"아무래도 염증이 심해... 부분 절개하고 봉합해야 할 것 같아요."

(네에? 오 마이갓! 그 수술을 다시 하라고요?)

겉으로는 의연하게 듣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죽었다 하고 얼마나 절망했는지 모른다. 피를 말리는 일주일 끝에 결국 재수술 결정을 듣고 우울한 마음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희망 한 가지는 이번에는 마취를 많이 한다는 거다. 마취하면 안 아플 테니 무슨 일이야 있겠어, 그런 심정으로 스스로 마음을 다잡았다.


동생의 눈물


4년 전에는 거의 초주검 상태에서 응급으로 수술을 해서 전신마취를 했고,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른 채로 수술이 진행되었다. 이제는 예행연습하듯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이 수술복으로 갈아입고 휠체어에 실린 채 수술 침대에 올라갔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맨몸으로 수술복을 입은 후, 몇 겹이나 되는 녹색 천을 덮어 온몸을 가린다. 간호사 선생님들이 수술 준비를 끝내고 담당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면 수술이 시작된다. 순간 두려움이 엄습하여 숨이 막힐 듯했다. 두 다리는 묶어두고, 한 손에는 뭔가를 끼우고, 팔에는 혈압을 5분 단위로 체크한다. 

수술이란 참으로 수동적인 것이구나. 환자가 주체가 되기 힘든 것이구나 싶으면서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것은 오직 마음이었다. 순간만 지나면 된다. 생각 하나로 견디는데, 처음에는 마취를 해서 아프지 않았지만, 그것은 잠시! 곧바로 통증! 부분 절개하여 원인이 되는 부분을 도려내는 과정에서 고통이 느껴졌다. 그것보다 더한 것은 봉합이었다. 바늘로 살을 찌르고 나오는 피를 지압하느라 누르니 아프다. 무슨... 내가 왜... 아이고... 기운이 스르르 빠져나갈 즈음,

"같이 온 여자분은 누구세요?"

아니, 힘들어 죽겠는데 무슨 이런 질문을 수술 중에 하시냐고요. 

"제 친동생입니다..."

그래도 그 와중 대답도 다 했다.


처음 수술 들어갈 때 대기실에 있던 동생이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를 했는데, 그 모습을 선생님이 수술실에 들어가시기 전 보셨다고 한다. 그래서 누구길래 저리 걱정을 하는지 궁금하신 모양이다. 처음에는 웃고 나왔는데, 두 번째 수술은 울상이니 놀란 동생은 외과 창구로 가서 진통제를 처방해 달라고 난리(?)를 쳤다. 그래서 우리는 주사실로 옮겨 혈관 주사를 통해 진통제를 맞고 집으로 왔다.

평소 집안일에 등한시하던 동생이 언니가 많이 움직이면 봉합이 풀릴까 걱정하며 조카와 힘을 합쳐 김밥을 만들어 주었다.

큰 조카와 동생이 합쳐 김밥을 만드는 과정

수술 자리에 피가 고였는지 사진을 찍어놓고, 움직이지 말라고 하더니 부지런히 움직여 식사를 챙겨준다.

처음에는 야채죽과 샐러드를 준비해 주더니 이것만 먹으면 지겹다며 최애 음식인 김밥을 만들어주었다. 평소 나랑 스타일이 전혀 달라 서로 많이 부딪혔던 아이인데, 언니가 아프다고(죽을병도 아닌데) 저 난리 부르스! 그래도 고맙고 든든한 것은 사실이다.

혈육이 없거나 혼자 사는 분들, 병원에 있던 수많은 환자들이 마음에 걸리기도 한다. 그런데 보통 병원에는 원목실이 있어 기도 요청을 할 수 있다.




기도 퍼레이드, 고마운 사람들


"도움을 청하는 것은 당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일입니다."

- 드웨인 존슨(미국의 영화배우, 프로레슬링 선수)


동생이 급하게 장 보고 끓여준 야채죽!

평소에는 남들에게 기도 요청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데 아플 때는 무조건 한다. 아주 사소한 상처나 감기는 그냥 약을 바르거나 감기약을 복용하기도 하지만... 수술을 요하는 급박한 사안에 대해서는 주일학교 선생님들, 주일학교 우리 반 아이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지인들과 페북에 포스팅을 올려서 페친들의 기도를 받는다.

댓글 릴레이처럼 수술 잘 받고 아무 탈 없기를 기도해 주던 사람들. 



동생 말로는 간은 모르겠고 비주얼 위주란다!^^

서울의 어느 종합기독교백화점 대표님은 아침마다 작성하는 기도 노트에 이름까지 올려 기도를 드린 후 공지하기도 했다. 수술 시각으로 정해진 3시가 되자 안동에 있는 어느 자매는 기도 제목을 올려 또 기도 요청을 공지한다.

내가 무어라고, 이처럼 많은 분들의 기도를 방패 삼아 수술실로 향했던가. 그 기도의 힘으로 마취가 안 들어 통증을 고스란히 느껴야 함에도 불구하고 참을 수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상봉몰 주인장의 절절한 기도문 속에 수술 성공을 비는 문구가 있기에 허락을 구하고 퍼왔다!(감사해요^^)

물론 종교에 따라 기도의 형태는 달라질 것이다. 무신론자여서 신에게 간구하는 것보다 그냥 자신을 믿고 수술실로 향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모든 것을 떠나 바라는 것은 모든 생명체들의 안전이다. 병원에 갈 때마다 시야에 들어오던 수많은 환자들과 보호자. 수액을 맞느라 링거가 달린 채, 휠체어에 앉아있는 사람들. 무인수납기에서 사용법을 알려주는 안내요원들과 예수님 형상의 조형물과 신관 입구에 서있던 성모 마리아상까지. 모든 것들이 평범하지 않았다. 

두 번의 절개와 한 번의 봉합 수술. 며칠 뒤, 별 탈이 없으면 실밥을 풀게 된다. 제발! 부디! 다시 수술하지 않기를! 난생처음 국소마취를 했는데, 염증으로 마취까지 안 들어 생살을 바늘로 찌르고 꿰매는 그 고문은 이제 그만! 


한 편으로 응급차에서 후속 병원을 찾지 못해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이들 또한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가슴 아프다. 이런 현실 속에서 아픈 이들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기를. 혼자 쓸쓸히 아파하지 않기를. 힘들 때는 힘들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협력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든 것이 감사한데, 살 만하면 슬그머니 올라오는 불평과 불만들... 이토록 인간이 악하던가! 아무튼 지금은 살이 터지지 않도록, 봉합이 잘 아물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 다들 건강 잘 챙기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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