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성비 좋은 튀김
어머니는 아침은 꼭 먹여야 직성이 풀리는 분이다. 그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나도 아침은 꼭 먹어야 하는 체질이었는지, 안 먹으면 일상이 힘들다. 어릴 적부터 입 짧고 소화력 약해서 한참에 많이 못 먹고 조금씩 자주 먹어야 한다. 어느 순간 금식도 힘들다. 제 때 식사를 안 하면 나중에 배가 꼬이다 못해 일어나질 못한다. 자궁근종의 영향 때문인지 아무튼 그런 편이다. 그래서 하루 삼시 세 끼를 챙기는 일은 필수인데, 어머니께서 외출을 안 하시는 날은 살이 안 빠지는 날이기도 하다.
"어디서 맛있는 냄새 안 나니?"
화장을 지우고 나온 내게 어머니는 돌려 말하기로 부른다. 당신의 표현대로, 왜 가성비 좋은 음식인지는 모르겠으나... 적은 재료로 쉽게 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했다. 애호박과 가지를 잘라 튀김가루에 묻혀 튀겨낸다. 갓 튀겨냈을 때 김이 나는 따뜻한 음식은 그 자체로 맛을 뽐낸다.
건강상 이롭진 않지만, 튀김을 워낙 좋아하는 나는 이런 음식이 입에 맞다. 더구나 가지와 애호박은 그 자체로 건강한 식재료이니 튀김 가루는 하루쯤 눈감아줘도 괜찮을 거라 편하게 마음먹는다.
한 입 깨어물면 셔벗처럼 부드럽고 스무디같이 입에 감기는 식감의 애호박 속살이 기분 좋게 씹힌다. 따뜻할 때 조금 뜨거운 감도 있지만 오래 씹지 않아도 입에서 녹는 그 맛이 일품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그거라서..."
반찬 만들고 식구 입에 들어가는 것을 중하게 여기는 어머니의 성품을 아는 어느 지인은 그런 말을 했다.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게 그거라서 그 일을 한다는 뜻이겠지. 그런데 그 말이 썩 유쾌하진 않았다. 마치 어머니의 역량을 그것으로 가두는 것 같아. 그러나 굳이 내색하거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말에 갇힐 어머니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만큼 어머니를 존경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 말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에 너그러이(?) 봐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요즘 이런 생각도 자주 한다. 어머니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일을 마음껏 하실 수 있게 해 드리는 것도 효가 아닐까? 넘치는 사랑이 때로는 잔소리 같더라도 어머니가 어머니일 수 있게 눈치 주지 않고 인정해 드리는 것 자체가 배려가 아닐까? 아무튼 흐린 날은 전이다. 가성비 좋은 튀김이다!
"언제든, 마음 놓고 요리하시면 맛은 제가 보겠습니다.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언제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