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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작가 Aug 01. 2024

8월의 첫날, 오롯한 혼밥

나 혼자 밥상

내가 차렸다 뿐이지, 만든 주체는 어머니다! :)

이번주는 일 년에 두 번 있는 휴가 중 한 번에 해당하는 학원 여름 방학이다. 물론 과외는 그대로 진행한다.

올해 8월은 특별하다. 우선 학원 건물이 바뀌었다. 월세가 저렴한 곳으로 가기로 대표님이 결정했기 때문이다. 동생도 첫 출근이다. 그동안 여러 가지 알바로 고생이 많은 아이였다. 주로 현장직 업무를 많이 맡아 더위나 추위에 그대로 노출되고, 몇 안 되는 직원들의 텃세나 눈치도 견뎌내야 했다. 그러다가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당당히 시험을 치르고 최종 합격까지 거쳐... 드디어 첫 출근! 동생은 출근을 앞두고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간단하게 김밥을 싸거나 고기를 잘게 썰어 볶아서 콩나물 밥을 해주기도 했다.


요리하는 외할머니 곁에서 소꿉놀이하던 첫째 조카가 만들어준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물론 재료는 다 샀지만, 손수 만들어준 정성에 감동!

기분 좋은 엄마 따라 첫째 조카도 솜씨를 발휘하여 건강 검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알리오올리오 파스타 재료를 사들고 왔다.

"이모, 내가 파스타 해줄게!"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식구 입에 들어갈 먹거리 걱정하는 게 큰일인 외할머니 닮았는지 첫째 조카도 더운 날 애쓰며 맛있는 알리오올리오 파스타를 완성했다.


시끌벅적하던 집안이 오늘은 조용하다. 식구들이 빠져나간 자리가 고요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기에 걸맞다. 조카들은 수련회에 가고, 어머니와 동생은 출근. 나만 집에 남아 밥상을 차린다. 그전에 동생을 위한 깜짝 이벤트는 아니고 대청소를 했다. 조카들 방에 쌓인 먼지를 닦고, 바닥을 쓸고. 널브러진 옷가지를 정리하니 땀이 맺힌다. 싱크대에 밀린 설거지를 하려는데, 세제가 없다. 우리 집에서 세제를 들고 동생집으로 내려가 그릇을 씻는다. 개운하다. 그리고 바닥. 흩어진 머리카락과 알 수 없는 자잘한 쓰레기들. 훅훅 찌는 습기를 참으며 청소를 마쳤다.


이럴 때는 보상이 필요하다. 덥다고 외출도 안 하고 중고 에어컨 틀고 집콕하는데 살은 안 빠진다. 다이어트 식단으로 어머니가 미리 쪄둔 양배추 쌈을 꺼낸다. 양념은 아끼는 종지에 따로 닮는다. 움직인 김에 귀찮아도 네모난 그릇에 반찬을 옮겨 담는다. 조카들 먹으라고 어머니가 미리 만들어놓은 계란찜과 콩나물국은 냉장고에 보관한 터라 냉국처럼 시원하다. 여름에는 따뜻한 음식을 식혀 냉장고에 보관했다 먹으면 다양한 냉국이 만들어진다. 두 개 남은 방울토마토를 양배추 쌈 옆에 얹어 플레이팅에 신경 썼다.


이제는 아무런 방해 없이 마음껏 먹으면 된다.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자신을 위해 밥상을 차리는 일은 즐겁다. 물론 직접 한 것은 밥밖에 없다. 그것도 쌀을 씻어 안쳤을 뿐, 밥을 지은 것은 전기밥솥의 힘을 빌렸다. 아무렴 어떠랴. 드디어 휴가다운 홈캉스를 즐길 차례! 이렇게 8월의 첫날, 오롯한 혼밥 완성!


자신이 자신의 위안이 된다는 것,
그리고 위로의 방법이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것이라는 점. 아마 이런 기분을 느껴봤기 때문에 제가 요리에 빠지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 오토나쿨, <<재생의 부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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