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과 치열함으로
이 글을 쓰기 전 어느 기사 제목 보고 마우스를 눌렀다. 본문이 보이지 않고 댓글만 보인다. 자해성이 포함된 기사라서 보기를 원하는지 묻는다. 원한다고 했다. 첫 사진은 욕실 옆 작은 싱크대 위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잡화. 비닐에 쌓인 약봉지가 뜯기지 않은 채 구불구불하다. 20대의 무연고 사망. 유품을 정리하고 방을 청소하는 회사의 대표님이 찍은 사진이다. 약은 항우울제라고. 무언가 느낌이 온다.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기사를 읽지 못하고 화면에서 나왔다.
약봉지를 보니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생전 노름꾼 아버지. 자신의 생일에 천국 간 사람. 병원에서 심장 마비로 죽었는데 새벽 일찍 죽어서 바로 연락을 못 받았다. 그 급박한 상황에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보지 못했다. 작별 인사를 못해서 너무 아쉬웠다. 아버지 살아있을 때 한없이 원망하고 미워한 사람인데도 사람이 죽으니 그렇게 마음이 아플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장례식장으로 구급차를 타고 가면서 뭉툭한 시신의 손을 잡고 그대로 엎어져서 흐느껴 울었다. 그제야 "아빠..." 하고 불러봤다. 얼마나 다정한 아버지를 원했던가. 얼마나 살가운 아버지를 바랐던가. 울기는 또 얼마나 많이 울었던가.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맺힌다. 어머니 닮아 원래 눈물 많은 감성형 인간이지만, 교생 실습 끝나고 아이들에게 인사할 때도 눈물 흘리지 않은, 감정 표현에 익숙하지 않고 절제하며 살아온 사람인데. 아버지가 잘못한 점은 밉지만, 인간으로 바라볼 때 불쌍한 구석은 분명 있었다.
드라마를 봐도, 뉴스를 보다가도, 이야기를 읽다가도 수시로 눈물이 흐르는 나는 유치원 때 별명이 울보였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 성범죄 기사를 접하면 분노가 치민다. 얼마 전 아내의 갈비뼈 1번(심폐소생에도 끄덕 없다던)이 부러질 정도로 아내를 거의 죽여놓은 남편에 대한 기사를 봤을 때 잠을 설칠 정도로 화가 났다. 자신의 아내를 폭행해서 반 죽여놓고 의자에 앉혀 살이 녹아(움직이지 못하니까) 괴사 한 나머지 구더기가 수만 마리 기어 다니게 만든 살인마. 아내 몸에 대변까지 발랐다고 한다. 악마 그 자체다. 에어컨을 종일 틀고 4인 가족의 물 사용량보다 훨씬 많은, 한 달에 40톤의 물을 소비한 인간. 누군가는 왜 도움을 호소하지 않냐고 쉽게 말하는데, 프로파일러의 말에 의하면 가스라이팅과 가정 폭력 등, 지금 단계에서 쉽게 공개할 수 없는 수많은 사안이 있다고 한다. 너무 참혹하여 표현하기도 힘들다고. 이 사건은 눈물을 떠나 온몸이 떨릴 분노를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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