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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패드 프로 구매 & 환불기

아이패드 프로 11인치를 구매하고 반품하고 12.9인치로 다시 구입하다

by 해일 May 25. 2019

아이패드 프로 3세대 11인치 256GB를 샀다. 왜 1TB도 아니고 512GB도 아니고 256GB를 샀냐 하면, 아이패드 용량이 노트북보다 크면 왠지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것 같아서. 더 큰 이유는 역시 가격 앞에 소심해졌기 때문에. 


비싸다.

아이패드 프로 3세대는 비싸다. 아이패드만 비싼가? 아이패드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면 애플펜슬이 필요하고, 휘는 문제가 있는 아이패드를 보호하려면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가 필요하다. 애플펜슬은 (학생 할인가로) 14만 9천 원이고,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11인치)는 21만 9천 원이다. 합치면 11인치 256GB 옵션임에도 170만원이 넘어간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아래는 비교를 위한 아이맥. 137만원. 

브런치 글 이미지 2

이렇게 비싼 아이패드, 왜 샀는가? 나는 호갱이기 때문이다.


어디서?

공식홈페이지에서 학생 할인가로 구매했다. 어찌된 일인지 아이패드 프로 3세대는 공식 홈페이지 학생 할인가가 G마켓보다 싸다. 


공식홈페이지만의 장점 하나는, 제품에 무료로 각인을 새길 수 있다는 것이다. 혹시 나중에 중고로 팔 일이 있을까 봐 아이패드에는 각인을 새기지 않았다. 대신 다른 사람 것과 헛갈릴 경우를 대비해 애플펜슬에는 각인을 새겼다. 

애플펜슬에 새긴 각인 _(: 3 」∠)_애플펜슬에 새긴 각인 _(: 3 」∠)_

공식홈페이지의 또다른 엄청난 장점은 바로 2주 기간 내에 묻지마 환불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정말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나도 이번 아이패드 구매에서 이 묻지마 환불 정책의 덕을 톡톡히 봤다. 자세한 환불 이야기는 조금 뒤에. 


무슨 용도로?

1. 필기

만족도: ★★★★★

나는 (아직도 졸업을 못한) 학생이기 때문에 필기를 할 일이 많다. pptx 파일이나 PDF 파일 위에 필기를 할 수 있는 기능이 필요했다. 필기를 위해서 추가로 Notability 앱을 구매했다. 새 아이패드를 들고 수업에 들어가 봤다. 결과는 대만족! 

Notability 앱으로 강의 ppt 위에 필기를 했다. Notability 앱으로 강의 ppt 위에 필기를 했다. 

종이에 펜으로 쓰는 필기감을 따라갈 수는 없지만, 역시 필기는 손으로 해야 제맛이다. 아! 이 손맛! 강의자료 위에 표도 그리고 낙서도 할 수 있다. 이제 더 이상 수업 전에 학생회관에 들러서 프린터를 사용할 차례를 기다렸다가 피피티를 출력하고 스테이플러로 찍어서 들고 가지 않아도 된다. 강의를 녹음하면서 필기를 하고, 후에 녹음을 재생하면 해당 부분의 필기가 같이 재생된다. 이것은 공부의 혁명이다. 


2. 휴대용 듀얼 모니터

만족도: ★★★★★

회사에 가면 듀얼 모니터를 쓸 수 있지만, 집에서 프리랜스 작업을 할 때는 듀얼 모니터를 쓸 수 없었다. 아이패드에 Duet Display를 설치하면 괜찮은 휴대용 듀얼 모니터로 사용할 수 있다. 

맥북 프로 15년형 15인치 + 아이패드 프로 + Duet Display맥북 프로 15년형 15인치 + 아이패드 프로 + Duet Display

Duet Display는? 유료다. (₩19,000) 부담되는 가격이긴 하다. 그러나 모니터를 새로 구입하는 비용에 비하면 그렇게 비싼 것은 아니다. (라고 정신승리를 한다.) 다만 11인치 아이패드를 듀얼모니터 용도로 사용하기에는 조금 작다. 아이패드를 듀얼 모니터로 사용할 생각이라면 12.9인치 모델을 추천한다. 


3. 타블렛

만족도: ★★★★★

디자인 일을 하면서 간간이 일러스트를 직접 그려야 할 때가 있다. 또 가끔 심심할 때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그동안은 와콤 인튜어스 프로를 사용했다. 그런데 그간 별 문제 없이 사용하던 와콤 드라이버가 맥OS 모하비 업데이트 이후로 타블렛을 인식하지 못하게 되었다. 


드라이버를 이전 버전으로 재설치하면 다시 인식이 되는데, 문제는 컴퓨터를 다시 시작할 때마다 드라이버가 자동으로 업데이트되어 버린다는 것이다. 타블렛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전 버전 드라이버를 다운받아서 재설치하고, 컴퓨터를 다시 시작해야 했다. 컴퓨터를 한번 더 다시 시작하면 드라이버가 최신 버전으로 자동 업데이트되어 또다시 타블렛을 인식하지 못한다. 재설치와 다시 시작을 몇 번째 반복하고 나서는 와콤에 정나미가 뚝 떨어져 버렸다. 


그래서 타블렛으로서의 아이패드는? 별 다섯 개! 필압 인식도 훌륭하고, 펜슬을 톡톡 두드리면 기능을 전환할 수 있는 디테일도 좋다. 잘 산 아이패드 프로 하나, 씬티크 부럽지 않다. (씬티크를 써본 적은 없다) 다만 아이패드 표면이 아주 매끄러워서 적응이 좀 필요하다. 


아이패드로 그려본 마르타 아르헤리치아이패드로 그려본 마르타 아르헤리치

아이패드를 그림 그리는 용도로 쓰려고 Procreate 앱을 구입했다. Procreate 앱은? 역시 유료다. (₩12,000) 웬만큼 평이 좋은 아이패드용 앱들은 대부분 추가로 구매해야 한다. 


아이패드는 분명 쓰임새가 많지만 그래도 결코 컴퓨터를 대체할 수는 없다. 아이패드로는 개발도 할 수 없고 UI 디자인 툴이나 프로토타이핑 툴도 쓸 수 없다. 또 아이패드를 제대로 지원하는 iOS 앱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특히 그 동안 잘 쓰던 Notion의 아이패드 앱 사용성은 정말 실망스러웠다. 


그렇지만 손필기나 드로잉 등 스타일러스를 활용한 작업이 필요하다면 아이패드는 아주 좋은 도구다. 필압이나 디스플레이, 작업 처리 속도 등 기계로서의 완성도는 감동적이다. 디자인은 또 어떤가? 아찔하게 잘 빠졌다. 흠잡을 곳이 없다. 자꾸자꾸 손이 간다. 

브런치 글 이미지 7

게다가 나 같은 구형 맥북 + 구형 아이폰 사용자에게 Face ID는 혁명과도 같았다. 얼굴을 들이대면 잠금이 해제되다니! 그래도 가성비가 좋다고는 말 못하겠다. 어지간히 비싸야 말이지...


 

환불했다

아이패드를 구매하기 전에 직접 오프라인 매장에 가서 모든 아이패드 기종들을 만져 보고 따져 보고 샀다. 12.9인치는 너무 커서 들고 다니기 힘들 것 같았고, 이미 15인치 맥북이 있었기 때문에 12.9인치 스크린까지는 필요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또 돈도 아낄 겸 해서 11인치를 샀는데, 막상 11인치를 사서 듀얼 모니터로 사용하려고 보니 11인치 스크린이 너무 작았다. 특히 웹디자인이나 개발 일을 하면서 실제 모니터에서 보여지는 화면을 확인해야 할 때는 11인치 모니터가 불편했다. 또 아이패드로 그림 그리는 것에 재미를 들이니 11인치 스크린이 답답해졌다. 결국 이미 큰돈을 질러버린 것, 시원하게 12.9인치로 다시 사기로 했다. 


공홈에서 반품 신청을 하고 이틀 뒤인 5월 17일 금요일 오전에 택배 기사님이 제품을 픽업해 가셨고, 정확히 일 주일 뒤인 5월 24일 금요일에 제품을 수령했다는 이메일이 왔다. 주말을 끼고 반송을 하면 수령 확인이 되기까지 일 주일 가량 걸리는 것 같다. 카드 환불은 아직 안 들어왔다. 반품이 처리되고 카드 한도가 회복되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반품은 거리가 부담되지 않는다면 택배 반품 대신 매장 방문을 추천한다. 



12.9인치로 다시 샀다

이번에는 아이패드 프로 12.9인치와 로지텍 슬림 폴리오 키보드를 구매했다. 왜냐하면 로지텍 슬림 폴리오 키보드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보다 10만원 가량 더 싸다. (₩159,000) 또 키보드다운 키감이 느껴지는 키보드를 쓰고 싶었다.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로는 애플펜슬과 아이패드 옆면이 보호되지 않는데, 로지텍 슬림 폴리오 키보드는 애플펜슬을 보호할 수 있다는 점도 끌렸다. 옆면도 어느 정도 보호된다. 

로지텍 슬림 폴리오 키보드 + 아이패드 프로 3세대 12.9인치. 이 아름다운 고양이의 이름은 엘리엇이다. 로지텍 슬림 폴리오 키보드 + 아이패드 프로 3세대 12.9인치. 이 아름다운 고양이의 이름은 엘리엇이다. 


키감은 좋다. 스마트 폴리오의 키감에 비하면 정말 양반이다. 그러나 결국엔 애플은 애플이고 로지텍은 로지텍이다. 


'슬림' 폴리오 키보드는 절대 슬림하지 않다. 무게가 707.43g이다. 아이패드 (633g)보다 무겁다. 아이패드에 슬림 폴리오 키보드를 씌우니 무게가 1.3kg 에 달했다. 무게를 자세히 확인하지 않고 구매해 버린 내 잘못이지만, 슬림 폴리오 키보드를 추가한 아이패드는 무거워서 도저히 노트북과 같이 들고 다닐 수가 없었다. 측면 보호도 사실상 완전하지 않다. 네 꼭지점 주변을 보호하는 게 전부다. 또 로지텍 슬림 폴리오 키보드는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처럼 아이패드가 착! 달라붙고 깔끔하게 떨어지지 않는다. 꾸역꾸역 끼워넣고 꾸역꾸역 빼내야 한다.


또 반품

그래서 결국 슬림 폴리오 키보드는 다시 반품했다. 이번에는 직접 가로수길 애플 스토어에 찾아가서 반품을 했다. 


반품은 역시 쾌속으로 이루어졌다. 직원분이 잠깐 반품 이유를 물어 보시기는 했다. 

직원분: "혹시 이 제품을 반품하고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로 재구매하신다는 건, 뭔가 제품이 마음에 안 드셨던 건가요?"
나: "아, 네. 너무 무거워서요."
직원분: "그럴 수 있지요." 

그리고 반품은 척척 진행되었다. 곧바로 애플에서 반품한 제품을 수령했다는 이메일이 날아왔다. 택배로 보냈을 때는 이 과정이 꼬박 일 주일이 걸렸다. 


결론 

그래서 결국 구매-반품-재구매를 거쳐 12.9인치 아이패드 프로와 스마트 키보드 폴리오에 정착해서 사용하고 있다. 아이패드는 iOS라는 한계가 명확하고 절대 생산성에서 컴퓨터를 대체할 수는 없다. 또한 나는 아이폰과 맥북을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USB-C를 사용하는 아이패드 프로 3세대와는 어떤 케이블도 호환되지 않는다. 그래서 밖에 나갈 때는 맥북 충전기, 아이패드 충전기, 아이폰 케이블을 모조리 들고 나가야 하는 참사가 발생한다. 또 아이패드 프로 3세대에는 3.5mm 이어폰 잭도 없다. 이어폰을 사용하려면 이 흉한 물건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꼬우면 에어팟 사든지!''꼬우면 에어팟 사든지!'

가격은 비싸고, 다른 애플 기기들과 케이블 호환도 안 되고 이어폰 잭도 없지만 그래도 아이패드는 잘 쓰면 아주 멋진 기계다. 또 아이패드로만 가능한 작업들이 분명히 존재한다. 오래오래 열심히 써서 꼭 뽕을 뽑아야겠다. 좀 오래 걸리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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