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매기의 꿈(리처드 바크), 신곡(단테), 식물원(유진목)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 리처드 바크)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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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갈매기의 꿈을 이제야 읽었다.
4부가 정말 흥미로웠다.
어떤 급진적이었던 이론이나 사상이던지, 시간이 흐르면 그것은 고착화, 우상화된다.
인간이 좀 그런 것 같다.
어떤 사람의 “말”이 멋있어서, 어떤 사람의 “행동”이 멋있어서 그 사람의 팬이 되고 찬양하지만 내 삶은 바뀌지 않고, 그냥 누군가를 위한 일방적 숭배, 우상화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리는 현상. 그 행위 자체에 중독되버리는 것. 신앙에 대한 책인 것도 같다.
주일에 하나님, 예수님 외치긴 하는데, 정작 내 삶의 터전에서는 예수님의 삶을 추구하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당장 나부터도..)
단테의 신곡(단테의 신곡)
멕시코 여행 다녀와서, 단테 신곡에 나온 지옥문을 묘사한 작품을 보고 갑자기 끌려서 하루종일 읽은 책. 생각보다 그 옛날 고전이 너무 재밌어서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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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의 지옥 투어 가이드(선생이자 친구) 베르길리우스는 천국에 오자, 이제 자신을 감추며 단테의 곁을 떠났다. 단테는 그가 의존했던 사람이 사라지자 북받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 그러자 베아트리체가 하는 말이 인상깊다.
“단체여, 베르길리우스께서 가버렸다고 우는가? 아직 울어서는 안되오. 그대는 그대 자신을 위해 울어야 할 것이오.”
그 밖에도, 성경에도 나오는 문구이지만 한번쯤 생각해보게 된다.
“슬퍼하는 사람들은 행복하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그대는 악덕과 함께 큰 재산을 누리기보다 차라리 가난과 더불어 있는 덕을 원하였도다.”
아, 그리고 단테는 정말 속이 좁은 사람이었던 것 같다.
정적한테 유배 당한 뒤 이 책을 썼는데, 자기를 괴롭혔던 사람들/세력이 저지른 죄가 지옥에서 가장 무거운 죄인 것처럼 써놨다. 하하. 어렸을 땐 몰랐는데, 단테가 자기가 싫어하는 사람의 죄목을 상세하게 소설로 만들어 대국민에게 뿌려버린 양상.
식물원(유진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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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어디 연애 시라는 겁니까?
알쏭달쏭 기묘한 이야기같았던 시. 하나하나 다른 종류의 나무들의 눈으로 보는 생을 상상해보게 된다.
나는 종려나무 라는 시가 참 좋았고,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 화담숲이나 서울식물원에 가서 한번 더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땅에 살면서 많은 일을 겪었고, 그중에 어떤 시간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 시간에 그는 자주 고개를 숙였고, 남몰래 주먹을 쥐었고, 그러다 하품을 하였고, 이대로 끝이 난다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여겼다. 그는 지루함을 견디며 종려나무 사이를 옮겨 다녔다.
다른 것이 아닌 그는 종려나무인 것이 좋았다. 길고 가느다란 잎과 뾰족한 끝이, 찌르기 전에 꺾이는 무력함이, 천천히 말라가는 목숨이, 때로 휩쓸리는 삶이. 여럿이 모여 있으면 징그럽기도 한 것이 좋았다.
바람이 불지 않을 때도 그는 어깨를 움직여 그것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면 사람들은 바람이 부는 줄 알았다. 그는 사람들을 속이며 계속해서 종려나무 사이를 옮겨 다녔다. 어떤 사람은 종려나무 아래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어떤 사람은 휘파람을 불었고, 어떤 사람은 그대로 잠이 들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대체로 그가 거기에 있는지도 몰랐다.
마찬가지로 그는 불면에 시달렸다. 뒤척이다 뒤척이다 가까스로 잎사귀를 모으고 잠이 들었다. 그럴 때 함께 밤을 지샌 바다도 그랬다. 뒤척이다 뒤척이다 나중에는 돌아누울 힘도 없어 보였다. 그는 바다에 있을 때보다 산에 있을 때 자신을 건강하게 여겼다. 다시 한번 떠나기에 앞서 깊은숨을 쉬었다. 그는 잠자코 서서 바다의 종려나무에서 산의 종려나무로, 낮의 종려나무와 밤의 종려나무 사이를 옮겨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