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수채화 8 / 이화동 골목길의 매력
2016. 8. 11.
< 이화동 103 / 낙산성곽 서길 >
'골목길'은 아주 매력적이 공간이다.
고층빌딩과 빌딩 사이의 작은 틈 사이로 사람들이 다니면 골목길이 되고 미로가 된다.
도시의 빌딩 숲 안에는 세련되고 화려한 건물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작지만 인공의 화단과 공원이 있어 도시의 심장처럼 푸르다.
날씨가 좋은 날, 점심시간이 되면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포장된 도로에서 벗어나
초록의 그늘 아래 모여 담소를 나눈다.
새롭게 만들어지고 편리한 건물들의 등 뒤로
오래되고, 낡고, 변화를 기다리는 허름한 가게들과 집들이
찾아가야지만 만날 수 있는
오아시스처럼 존재한다.
사람들이 오랫동안 생활해온 흔적들이 남아 있는 도시의 낡고 오래된 골목길은
그곳에 들어서는 순간
아련한 추억과 함께 감성이 묻어나는 자기의 과거와 마주하게 된다.
이화동의 골목길은 고지대라 경사도가 심한 길도 많고 좁아 독특한 구조의 건물들도 있고
큰길에서 작은 골목길로 들어서면 어김없이 계단과 함께 꺾어지는 경우가 많다.
분명 골목길을 걸었는데
어느덧 나선형 계단을 내려온 듯한 느낌을 받는 경우도 있다.
'낙산성곽 서길'은 충신동으로 이어지는 길로,
거의 90°로 꺾어지는 길들은 묘한 기대감을 가지게 한다.
골목길 끝자락의 풍경은
작은 창문으로 빼꼼 밖을 내다보듯이 조금 보이다가
성큼 그 끝에 도착하면 또 다른 새로운 여정을 시작하는 골목길이 시작된다.
좁은 길을 지나면서 점점 그 모습이 드러나는 풍경은
목을 쭉 빼고 바라보게 한다.
어디로 갈까?
올라가는 길과 내려가는 길.
좁은 골목길은 사람 사는 것과 닮아 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
골목길은 막다른 끝과 함께 어김없이 좁은 길로 열려 있다.
넓고 반듯한 큰길에서 벗어나
큰길보다 최소한 두 배 이상의 거리를 가야 하는 길이고,
옆으로 옆으로 나란히 건물을 두고 있는 큰길과 달리
골목길은 두 셋집이 대문을 서로 맞대고 옹기종기 모여 공유된 공간을 가진다.
땅의 모양대로 삐뚤빼뚤 만들어진 계단처럼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다양한 삶을 살아도 따뜻한 이웃이다.
도시의 빌딩이 화려한 불빛 아래 텅 비어질 때
골목길은 전봇대 가로등 불빛 아래 쉼을 위해 오손도손 모여든다.
도시의 빌딩 숲에서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있는 골목길은
외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