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언니의 카톡 한 줄

Q4. 월급 말고 직장에 의미 부여할 수 있는 게 있을까요?

by 일하는 노진지씨

네! 많지요. 뭐가 많아? 일을 통한 자기 계발 이런 이야기하기만 해 봐 라며 벼르는 눈빛이 스크린을 뚫고도 느껴집니다. 워워… 참고 조금만 들어봐요. 오늘은 저 질문에 대해 대답할 몇 가지 답변 중 대표적이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먼저 이야기해 보고자 해요. 두 번째 답변은 조금 더 무거운 주제가 될 테니 다음에 여유되는 날 이어서 하는 걸로 하고요.


제가 “잘~ 놀려고 직장에 다녀요!”라고 당당하게 대답하면, 당신 건물주야? 로또라도 됐어? 부모가 물려준 게 많아? 남편이 벌어서 괜찮다는 거야?라는 질문이 이어서 자연스레 나옵니다. 단호하게 말하자면, 저는 물려받은 재산이나 뭐 하나 없이 그저 열심히 돈 벌러 매일 직장에 출근하는, 다만 일하는 걸 조금 좋아하는 생계형 노동자입니다. 아마 저의 앞 글을 읽으신 분들은 살짝 맛보기 하셨겠지만 가진 거라고는 노동력과 성실성이 전부인 사람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드려요. 성실한데 놀려고 회사를 다닌다고? 뭔가 모순되는 단어의 연결이네요. ^^


그럼 왜 잘 놀려고 회사를 다닌다고 하는지 제 생각을 적어볼게요.


첫 번째, 놀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나갑니다. 가진 게 많지 않은 이상 벌어서 놀아야 하는데 등산이나 러닝을 하더라도 장비가 필요하고, 모임이나 대회라도 나갈라치면 차비와 회비가 듭니다. (뭐 살아 숨 쉬는 자체가 돈이긴 하죠..) 몇 년 전 같이 골프를 시작한 여자친구들과 가끔 라운딩을 갈 때면 같이 여유 있게 놀 수 있는 지금의 현실에 감사하게 되며 ‘우리 나이 들어서도 잘 놀게 지금 부지런히 일하자!’ 약속하고 헤어집니다. 물론 제가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이 아이들 교육비와 생활비에 들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는 돈을 벌기 위해 직장에 나온다고 생각하면 일할 때 조금 더 주체적이 되는 것 같아요. (일종의 정신승리이지요^^)


두 번째, 같이 놀 사람을 만나러 직장에 나갑니다. 요즘 시대에 회사 사람이랑 같이 논다고? 미친 건가?? 하시겠죠. 예전에는 회사에서 만난 사람 외에 밖에서 만날 친구가 더 이상 없다는 선배들의 말에 자기 생활도 없는 사람들인가 하며 답답해했는데, 근속연수가 15년을 넘어가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 인생에 한 곳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을 보낸 적이 있었던가? 어릴 때 친구를 만나도 어색해진 지금, 내 청춘을 보낸 이곳에서 나랑 맞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일하다 사람됨됨이에 호감이 가는 선후배에게 다가가 점심 식사를 함께하자 하고, 또 좋으면 점점 개인적인 일정을 같이하는 친구가 되어갑니다. 그러다 보면 ‘이 사람은 평생 만나겠구나’, ‘내가 노력해서라도 오래 보고 싶다.’ 하는 귀한 분들을 만나는 행운을 누리게 됩니다.


세 번째, 바쁜 중에 짬 내어 놀 때 더 재미있어요. ‘이 프로젝트만 끝나면 휴가 가야지’, ‘금요일 오전까지 꼭 마무리하고, 오후에는 놀아야지’ 상사가 제시한 일정보다 당겨서 부지런히 일을 마무리하고 회사를 나설 때 그 뿌듯함이란… 아시죠? 일한 끝에 마시는 맥주의 달콤함…. 어느 날은 ‘오늘 주요 업무 다 끝냈는데 조금 일찍 나가도 될까요? 날씨가 좋아서 밖에서 놀다 집에 가고 싶어 졌어요.’라는 극 F 같은 청승을 떨 때도 있습니다. (그때 상사의 표정은 … 말 안 해도 아시겠죠?) 그렇게 만들어낸 소중한 몇 시간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저는 부지런히 최선을 다해 놉니다.


어쩌면 이 모든 이유들은 제가 회사에서 더 버티기 위한 혼자만의 주문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왕 다녀야만 한다면, 조금 더 재미있는 의미를 부여하면 좋잖아요.


여러분은 어떤 의미 부여를 하며 직장에 나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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