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자금 공모전에 나간 이유

숲에서 일하고 노는 그린이의 회사살이 13

by Green

‘000도 누군가의 가족입니다.’라는 문장은 ‘000’에 들어가는 사람을 보호, 존중하기 위한 문구로 사용된다. 반대로 ‘누군가의 가족도 000입니다’라는 문장으로 ‘누군가의 가족’을 보호, 존중하고자 한다.


회사에서 시행하는 한 아이디어 공모에 참가했다. 숲을 통해 공공이익 실현, 국민건강, 행복 증진 그리고 취약계층의 신체와 정서안정을 위한 아이디어 공모였다. 몇 년 전, 취업 전에도 지역아동센터에 실내 정원을 조성하자는 주제로 참가했으나 별 소득 없이 끝났다. 그해 같은 주제로 다른 이가 수상하는 것을 보고 못마땅했다. 갓 졸업 후 작성한 제안서가 부족했거니 여기다, 다시 찾아온 기회에 나의 마음은 ‘이번엔 꼭!’이었다. 마침 하고 싶었으나, 사이즈가 크다고 시작하지 못한 사업 아이디어가 있었기에 비장의 무기를 가진 듯했다.


야망을 품은 그 시기, 특정 대상에 대한 이슈가 몇 차례 들렸고 그들을 위한 마음이 부어졌다. 장애인 그리고 그의 가족. 죽어가는 엄마 곁을 지키다 살아갈 형편이 되지 않자 길거리고 나오게 된 발달장애인 이야기, 코로나로 인해 자기표현의 기회 없이 집안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는 자폐 자녀로 인한 보호자의 극심한 우울을 다룬 기사, 장애 아동 가족을 향한 허위사실 유포로 괴로움을 겪는 가족의 국민청원 등. 장애인이 사회적 소외계층이라 생각했지만 그들과 함께 생활하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품어가는 가족 또한 정서적 취약계층임을 다시 일깨워줬다.


이 소식들은 마음 깊은 곳까지 내려가 무겁게 자리했다. 내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머리 싸맸다. 발달장애인과 그의 가족들의 몸과 마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을 위한 주제로 제안서를 구상했다. 누가 보아도 뛰어나다거나 무조건 수상할 거라는 아이디어가 아닌 줄 안다. 그러나 숲에서 놀고 일하는 사람일 뿐임에도 그들을 생각하고 그들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 길거리로 나온 장애인이 도움을 얻기까지 5개월이 걸렸고, 코로나로 인해 장애인을 위한 복지프로그램도 제약이 생겼다. 집안에서 소리 지르는 자폐 자녀로 인해 주변 이웃으로부터 괴롭힘 당한다는 청원이 올라왔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는 동안 더 심각해진 무관심과 부정적 인식을 깨닫고 나서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이렇게 그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하는 것, 그렇게라도 ‘행동’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비단 장애인의 가족뿐일까? 기약 없이 기다리는 환자의 가족, 어떤 이유로든 세상을 떠난 이의 가족, 회사가 너무 힘들어 무너져버린 직장인의 가족. 가족들은 이미 그들의 아픈 손가락과 같은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는 듯하다. 장애인의 가족이라 하니, 자신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모든 사람은 보호와 존중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생기며, 익숙하고 당연하게 느끼던 것이 낯설어지고 서운하게 느껴지는 때를 마주할지 모른다. 아니, 그런 순간은 생기기 마련이다. 조금 늦게 찾아오는 것일 수도 있고 익숙하지 말아야 할 외면과 이기주의에 스며들어 이미 왔으나 모를 수도 있겠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다. 모두의 '행동'이 필요하다.


비장애인인 장애인의 가족도 장애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아이디어 제안서는 아니더라도 읽으며 장애인과 그의 가족의 마음을 한 번이라도 생각하길. 개인이 우선시되는 시대에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눈이 밝아지고 상대방이 품고 있는 아픔에 공감, 공존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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