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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홍구 Mar 18. 2019

다시 보릿고개

갑상선암 환자의 저요오드 식단이란

다시 감자, 고구마, 닭가슴살

다시 감자, 고구마, 닭가슴살....  


다시 저요오드식단. 오해하지마thㅔ요. 두끼입니다

다이어트 식단이 아니다. 물론 다이어트도 급하지만


두 번째 저요오드 식이를 시작했다.

그래. 나는 갑상선암을 치료 중이다. 곧 수술 1년이 돼 간다. 따져보니 저 단어를 이렇게 텍스트로 남기는 건 처음인 듯하다.


생애 첫 병원생활을 하며 깨달은 건

의외로 내가 단식에 능하다는 것이었다.

정기 건강검진을 앞두고 8시간을 금식하라면

그게 그렇게 공포스러웠는데

요샌 8시간쯤이야.. 다.


동시에 깨달은 건

내가 이렇게 우유를 좋아했느냐다.

저요오드식이를 하다 보면 먹지 못하는 음식이 많다.

잘 알려진 대로 미역, 김 등의 해초류는 물론이거니와

계란  노른자, 우유 등을 피해야 한다.


다른 건 그런대로 참을만한데

우유가 꽤나 곤혹스럽다.


시리얼을 푹 담근 우유라거나

사르르르 아이스크림

말랑말랑 짭조름 치즈까지

당장이라도 냉장고를 뜯고 싶은 맘.


때론 너무나도 태연해서

스스로 환자는 맞나 되묻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전/후로 달라진 것도 많은 것 같다.

이를테면 쓸데없이 주변 눈치 보지 않기

나 스스로는 내가 제일 잘 안다는 확신.


다시 2주간의 식이제한 앞에 선 지금

그 끝이 아득하게 느껴지지만

첫 점심 뒤 청계천. 곧 꽃이 필 듯 하다.

찐한 카페라떼 같은 삶은 또 돌아올 테니까.

오늘은 빨대로 허공을 힘껏 들이마셔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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