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그렇다고 못하는 것도 없다.
이게 얼마나 괴로운지,
이게 인생에서 얼마나 발목을 잡는지 모르겠다.
이 나이에 높은 경쟁률을 뚫고
사이언스 과정에 입학했는데
의대나 치대를 가기에는 부족하고
그렇다고 아예 낮은 곳에 가기는
성적이 남고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정말 애매하다.
정규 분포의 대부분의 차지하는
보통의 사람들 중 하나인 데다가
나는 이민 1세대로서 꽤나 불리한 입장이다.
게다가 애 둘도 키우고 있는
파워 한국 아줌마다.
퀴즈 성적이 떴다.
이번에는 정말 선생님이 쉽게 내셔서
다 맞을 줄 알았는데 0.5 점 감점하셨다.
뭐지 왜지?
같은 수업을 듣는 아이들은
이해를 해야 하는
확률 부분으로 들어가면서
갈피를 못 잡고 있고
지난번 시험은 평균이 14.3이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시험이 정말 쉬워서
다들 다 맞을 줄 알았는데
이것도 평균이 7점대이다.
나는 이럴 때마다 기쁘기보다는
정말 나는 뭘 하기 위해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잘하려면 아예 잘하던지
못하려면 아예 가망이 없던지.
인생의 대부분을 문과였고 취업도 그런 분야로 했고
석사까지 마쳤고,
수학은 배워본 적도 없고
수포자였는데
불 편 듯 마흔이 다되어 경영대학원이나 가자
마음먹고 하다 보니 어쩌다 사이언스까지 왔고...
수학을 하다 보니 생각 보다 성적이 좋았고
그래서 학교를 왔더니 학교에서도
수학은 거의 만점인데......
그렇다고 해서 똑똑하고
제대로 탁탁 이해하는 건 아니고...
애꿎은 희망고문 같아서 괴롭다.
왜냐면 애 둘키우면서 학교
특히나 경쟁적인 사이언스 과정을 해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보통 학교를 다니는 것도 아니고
경쟁이 심한 사립학교 보내놓고
뒤에서 부모로서 백업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이후부터
아이들 성적도 떨어지고 있고....
이대로는 안될 거 같아서
내 공부를 포기하고 싶은데,
포기하기에는 못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아니어서.
남편은 네가 우리 집의 희망이(??)라고 하는데
희망이라고 하면서 왜 보필(??)은 안 하니?
내가 그런 과분한 임무를 수행할 만큼
머리 캐파가 따라주지도 않고....
뭔가 참 결정하기 힘든 거 같다.
이전에는 덤덤하게 주어진 거나 하자
이렇게 생각했는데
그러기에는 물. 리. 적.으로 주어진 시간이 부족하다.
사립학교 다니는 아이 + 하키 애매하게 하는 아이
VS
엄마 사이언스 과정
은 명백히 양립할 수 없다.
근데 아이들에게는 세심하게 케어해 주는 엄마가
정녕 필요한 건지
아니면 아이들의 성적과 액티비티쯤은
내려두고 그냥 나한테 보다 집중할 건지
아이들 경우도
어찌나 나랑 똑같은지
아들의 경우는 더블레터와 싱글레터의 경계에서
잘하지도 그렇다고 못하지도 않는 하키의 수준과
딸도 공부나 수영 관련해서
엄마가 마사지해주면 수직상승
아니면 보통 이하
진짜 어쩌라는 건지 모르겠다.
이 나이에 불현듯 시작해서
이 정도 하는 게 놀라우면서도
이 정도만 하려면 차라리 못하는 게
포기하고 살기에는 좋지 않았을까?
왜 애매하고 은은하게 잘해서
사람 희망고문 하면서 이러고 있는지...
아이들도 고생 나도 고생...
아이들은 아침 7시에 학교 가서 나 때문에
저녁 6시가 다되어 하교를 하는데
이게 얼마나 아이들 행동이며 생활에 안 좋은 영향을 주는지는
경험해 본 엄마들만 알 것이다.......
정서적으로도......
사실 캐나다에서 이러는 집이 없지.....
조부모님이라도 있으니......
그렇다고 내가 이 나이에
의대를 갈 만큼 퍼펙트 하게 잘하고
영어도 완벽하고 그런 게 아니니까
이 과정에서의 우리 상호 간의 고생과 고난의 시간이
유의미할지 불현듯 두려워진다.
이외에도 남들보다 많은 안테나가 있어
사람들의 미묘함이 다 느껴지고
눈치는 왜 더럽게 빨라가지고
그런 안테나 백개쯤 되는 거 같은데,
그럴 거면 셜록홈스처럼 천재적이던가
딱히 천재적이지도 않은데
망할 놈의 안테나 때문에 안 봐도 되는
미묘함이 다 느껴져서
우울증이나 정신병 걸리지 않고
사는 게 용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총체적으로 저주받은 거 같디.
혹시나 이런 나를 닮을까
아이들 운동 열심히 시키고
무디고 무디게 그리고 안테나는 좀 꺾어주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 불확실한 세상에 대한
불안을 상쇄하고
단단한 자아상을 가지도록 시키는 거 같다.
쨋든 성적 보면 늘 심란함.
이 과정은 이 나이대 아이들도 쉽지 않아
좌절하고 있는데, 나라고 별수 있겠느냐만은...
근데 생각해 보니 내가 노력을 갈아 넣었나
그건 또 아니더라고.
맨날 그냥 잠만 잤다.
요즘은 새벽까지 공부도 안 함...
그래놓고 불가능 운운하고 있으니
그래서 내가 이모양일지도 호호호
불살라보고 얘기하자.
불살라 빔.
이렇게 마음을 다 잡아본다.
공부도 해야 하고
이번주 시험에 과제에
아들놈 하키에
딸내미 수영 픽드롭
아이들 학교 부모님 미팅에
처음 보는 아이들의 낮은 성적표
진짜 대혼란스러운데
지나가겠지 뭐.
별수 있나 인생 후반전인데
포기하기에도 늦었으.
엄마가 공부하라고 할때
말 너무 안들어서 미안해...
이럴까봐 그런거였을텐데...
오늘따라 엄마가 너무 보고싶다.
엄마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