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타켓
오래전 오빠와 아저씨를 구분하는 유머 글이 있었다면 아저씨 안에서도 구별되는 계층이 있으니 바로 *’아재’이다 개그에 시간차를 두고 후배들이 웃어준다면 당신은 ‘아재 개그’를 한 것이다. 어쩌면 요즘 가장 듣기 싫지만 가장 ‘핫’한 단어. 아재는 아저씨를 낮추어 부르는 말로 최근 뉴노멀 중에서도 새로운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핫하게 떠오른 ‘아재’ 신드롬과 함께 2017 새로운 소비자로 떠오르는 **’뉴노멀’ 중년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아재. ‘아저씨’의 낮춤말. 혹은 사투리로 자신보다 나이 많은 남성을 지칭. 최근, 나이가 많아 보이게 행동하는 사람을 부를 때 쓰인다.
** New-Normal”뉴 노멀. 일반적으로 "시대가 변함에 따라 새롭게 떠오르는 기준"을 의미. ’뉴노멀’의 개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사회, 경제, 정치 등 많은 영역에서 소비의 새로운 트렌드로 뉴노멀의 개념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2017년 요즘,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 전반에 흐르는 예사롭지 않은 기운 속에서 가족과 조직을 지키기 위해 중년 남성은 고군분투 중이다. 이 글에서는 떠오르는 경제 주체인 뉴노멀중년 남성, 그중에서도 ‘아재’ 라고 불리는 그들을 관심으로 살펴보자.
한국은 최근까지 소비가 미덕인 사회였으나 저성장, 장기불황 등으로 가계 부채가 급격히 늘어나며 소비자의 지갑도 소비 심리도 얼어붙게 되어 전반적인 구매력이 떨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에 반해 20-30대의 전유물이었던 헬스장에 부쩍 나이대가 있는 고객의 모습이 자주 보인다. 중년이라 불리는 40-50대가 2016년에 헬스장에 지출한 금액은 2015년 대비 188.8%가 늘었다고 한다. 본인의 20대보다 더욱 열정적으로 인생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20대를 자신의 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수요층, 중년은 고가의 소비를 할 수 있는 고객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 4050세대는 우리나라의 카드 이용금 절반을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소비의 주축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10년 전 소비하고 있는 행태와 지금의 소비행태는 전혀 달라진 ‘뉴노멀 소비’ 를 하고 있다. 이 전 세대에 비해 높은 교육수준과 스마트함, 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표준소비 세대로 자리 잡고 있다.
한국 갤럽 데일리 오피니언에 따르면 2016년 6월 기준 스마트폰 사용률은 40-50대 통합해 95%가 넘는다. 60세를 앞둔 필자의 엄마도 카카톡 선물하기를 사용하고 기차표 정도는 앱으로 예약, 발권할 수 있을 정도이니 4050세대에게 중년이라는 수식어의 교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뉴노멀 중년은 모바일 쇼핑에도 익숙하다. 10명 중 7명은 스마트폰으로 쇼핑한 경험이 있다. 2000년대에 인터넷 쇼핑이 2030대의 관심을 끈 이유가 오프라인보다 저렴한 ‘가격’이었다면 2017년 뉴노멀에게 온라인 쇼핑은 ‘언제 어디서든 쉽게’ 이다. 아, 무려 스마트워치 구매력은 2030대를 앞질렀다. 이정도되면 아재의 이미지는 스마느, 순수, 덕후, 얼리어답터 정도라 할 수 있겠다. 그 과정에서 여성 위주로 돌아가던 유통업계 트렌드가 점차 남성 쪽으로 변화했다. 유통업체들은 ‘초식남’ ‘그루밍 족’ 등 자신을 가꿀 줄 아는 2030 젊은 남성은 물론이고, 이제는 ‘4050’ 중년 남성을 포함한 남성 시장 전체를 타깃으로 삼고 있다. 자신에게 투자하는 걸 아까워하지 않게 된 게 가장 큰 이유다. 정말 자신에게 투자하는걸 아까워하지 않을까?
다시 아재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이렇게 중년들이 청년의 계층과 섞이는 노력, 아니 노력보다는 자연스러운 흐름을 이어가는 동안 오빠에서 아저씨로 WARP 해버린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을 우리는 ‘아재’라 부른다. ‘꼰대’ 를 생각했다면 잘못 생각한것이다. 꼰대는 군대식 문화를 지향하는 꼬장꼬장한 이미지라면 아재는 수더분하고 심심한 이미지이다. 소통이 잘 안되는 재미없는 개그, 펑퍼짐한 바짓단, 점점 컬러풀해지는 상·하의 조화를 보고 있자면 우리는 ‘아...저분 어떡하지...?’ 라는 탄식마저 흘러나온다. 야근과 술자리로 자기 관리를 손 놓다시피 한 수많은 아재를 ‘어떻게’해줄 심폐소생 브랜드와 서비스 몇 가지가 있다. 우선, 2014년부터 발빠르게 움직인 백화점의 남성 타겟 매장 런칭 사례를 살펴보자.
- 우) 신세계 백화점 남성전용 럭셔리 브랜드 전문관 ’맨즈살롱’
(이미지 출처 : LV teams up with Colette for pop-up store page)
- 좌) 현대백화점 판교 유럽스타일 바버샵 ‘’마제스티’ (이미지 출처 : NEWSIS)
2015년 ‘BARBER SHOP’ 라고 부르는 맨즈샵은 2016년 영화 <킹스맨>을 통해 날개를 달고 2030 젊은 *그루밍족을 불러들였으나 3~4배가 넘는 서비스 비용을 지속해서 내기엔 그들의 지갑은 너무 얇았다. 그래서 옮겨온 소비층은 지갑이 두툼한 4050대 남성.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의’ 맨즈살롱’ 과 현대백화점 바버샵 ‘’마제스티’ 가 그 예이다. 그러나 그들에게 오랫만의 일탈같은 이곳은 한번으로 족하다. 멋짐을 유지하지만 과하지 않고, 아름답지만 지불 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남성 고객의 비중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두둑한 지갑을 바탕으로 고가의 상품을 소비하고 자기만을 위해 소비하는 경향을 뉴노멀 중년이라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한국 트렌드 연구에 따르면, 중고, B급, 스크래치 상품을 구매하는 경험은 77.3%로 ‘실용성’에 거리낌이 없고 남의 의식이나 체면을 생각하던 기존 중년세대와도 반대된다. 소비를 아끼지 않으면서도 알뜰하고 실용적인 소비행태를 한다 볼 수 있다. 청년층에서 벗어나기 싫은 ‘생존’같기도하고 어쩐지 악착같은 ‘아줌마’ 같기도 하다.
*그루밍족.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들을 일컫는 신조어. 여성의 뷰티(beauty)에 해당하는 남성의 미용 용어로, 마부(groom)가 말을 빗질하고 목욕을 시켜주는 데서 유래.
1. “트렌드하지만 어려 보이지 않고 중후하지만 나이 들어 보이고 싶지 않아”
기본적으로 ‘멋짐’을 만들어줄 커스터마이징 수트 브랜드. 수트서플라이(SUIT SUPPLY)
배까지 올린 바지, 펑퍼짐한 바짓단, 하늘색 스트라이프 반팔 와이셔츠....아재 양복을 강요받고 있는 많은 직장인에게 수트서플라이 온라인스토어 한국 서비스는 희소식이다. 수트 서플라이는 좋은 원단을 저렴한 가격에 공급하는 것으로 가성비 갑, 수트계의 유니클로 라는 말을 듣는 멋진 브랜드이다. 유니클로 같다는것은 꼭 저렴하다는 것만은 아니라 베이직을 기본으로 선택이 쉽고 자유롭게 쇼핑하는 분위기가 그러하다는것이다. 쇼핑 공포증이 있어도, 선택장애가 있어도 걱정 할 필요가 없다. 본인 체형을 표기하면 그에 맞는 제품들이 싹 걸러져서 추천해주고 보는 앞에서 바로 수선을 해주므로 쭈뼛쭈뼛 골라주는것을 억지로 구매하는일은 없을것이다. 물론, 마네킹이 입고있는것을 그데로 사지 않으려면 커스터마이징 센스정도는 길러야 할 것이다.
- 이미지 출처 : 우) GQ magazine / 좌) The Insider's Guide to Singapore
2. “소비를 해야 한다면 제대로 하겠어. 합리적인지는 내가 판단해”
여성을 넘어 3040남자의 로망이 된 청소용품. 다이슨 청소기
말해 무엇할까. 포화될 대로 포화된 가전 시장에 파란을 몰고 온 ‘다이슨’. 다이슨은 ‘소비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 한다는 뉴노멀시장에서 이변을 일으킨 존재로 기존 제품의 10배나 비싸지만, 시장에서는 없어서 못 팔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비단 청소기라 하면 주부들의 전유물 아니었던가. 코스트코 다이슨 코너에 가보자. 이것저것 고르며 미소짓는 남성들을 심심지않게 볼 수 있다. 다이슨은 집에 두면 예쁜가? 아니다. 다이슨으로 청소하면 청소가 더 잘될까? 그러한 기능이 추가되었으나 ‘청소’라는 본질에서 보면 이 또한 애매하다. 그러나 최고사양을 기본으로 나사하나까지 늘어놓은 멋짐을 탑재한 디자인은 남성들에게 매력적인 장난감으로 느끼기에 충분하다.
- 이미지출처 : Dyson
3. “나의 본질적 고독을 위로해줘”
나의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는 이케아(IKEA)
외롭고 쓸쓸한 *마인드 푸어 (mind poor)는 비단 1인 가구만이 아니다. 직장에서는 제 밥그릇 정도는 챙기는 존경받는 선배로, 집에서는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들이 반겨주지만 어쩐지 점점 헛헛한 느낌만 든다. 소비 능력이 있는 아재들에게는 소울 브랜드는 위로에 가깝다. 가장 대표적인것이 메이커가 누리는 즐거움을 강조해 상품의 총체적 가치를 높이는 DIY 방식을 지향하는 이케아(IKEA). 세계적인 가구기업 이케아! 좋은 디자인과 싼 가격, 그리고 무엇보다 손수 조립할 수 있는 가구로 유명하다. 다양한 성공 비결중 하나는 셀프 + 어려운 조립법에도 있다. 무거운 가구 부품을 집에 가져와 뚝딱뚝딱 조립해 내는 모습은 아재 스스로에게도, 가족에게도 존재감을 확인시키기 좋은 수단이다. 그들에게 이것은 마치 즐거운 놀이 같다. 무력감에 빠진 아재들의 단조로운 소비생활에 변화를 주고 더 나은 삶을 제안하기에 적당한 브랜드로 사랑받게 된 것이다.
* 마인드 푸어 (mind poor). 부족하지 않게 살고 있지만, 마음의 여유로움을 잊고 현재에 대한 불만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사는 심리적 빈곤층, 구매 의욕을 잃은 소비층.
- 완성품을 보면 쉬워보여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면 수수께끼에 가까운 이케아 조립설명서
- 우) 이케아 2단 서랍장 조립 설명서 / 좌) 솔리드 테이블 조립 설명서
화려한 미사여구로 접근하는 대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한 ‘경험 만들기’로 진솔하게 다가서야 하고,
풍요 속 외로움을 느끼는 그들에게 공허함을 달래줄
소울(soul) 브랜드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제 기업 입장에서도 오랜 시간을 함께 할 가치 있는 파트너로써의 고객을 고르는 안목이 필요하다. 한번 브랜드와의 관계가 정립되면 이탈이 적은 아재는 좋은 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기업은 기업 브랜딩에 냉소적인 아재에게 화려한 미사여구로 접근하는 대신 그들의 니즈를 파악한 ‘작은 관계 맺기’로 진솔하게 다가서야 하고, 풍요 속 외로움을 느끼는 그들에게 공허함을 달래줄 소울(soul) 프로덕트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아재들의 관심사인 최첨단 기술이나 최고사양의 기능을 적용해 아재의 퇴근길 손에 ‘다이슨 청소기’ 를 들려보내야 할것이다.
브랜드도 중년도 아저씨가 될지언정 ‘아재’가 되지 않기 위해 늘 트렌드 더듬이를 다듬을 필요가 있다.
본 내용은 샘파트너스 'INSIGHTROOM'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