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맞이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 순간에 대하여
[안전안내문자] OO경찰청. OO구에서 배회중인 Y씨(남, 72세)를 찾습니다.
169cm, 반삭머리, 빨간잠바, 파란슬리퍼.
안내에 걸린 링크를 누르니 실종된 이들의 면면이 나온다. 모두 어디로 가셨을까. 만약 내가 실종되면 어떤 단어로 찾아낼 수 있을까. '실종어르신찾기센터'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가셨을까. 만약 내가 실종되면 어떤 말로 나를 찾게 될까? 몇 개의 단어만으로 나를 찾아낼 수 있을까? 163, 마른 체형, 흰 패딩, 흰 운동화. 몇 살 때 찍었는지 모를 긴가민가한 사진 한 장. 이 간략한 정보를 보고 나를 찾았다고 제보할 이가 있을까.
어디에 계세요? 별일 없으셨으면 해요. 모두에게 언젠가 다가올 순간일지도 모르니까요.
누군가 문득 나의 신상정보가 담긴 안전안내문자의 링크를 눌러봐 준다면, 그 찰나의 친절만으로 깊은 위안을 느끼리라. 아니, 배회중이라면 나 자신으로써 존재하지 못하는 상태일 수 있을 테니, 미리 한껏 충전을 해두어야겠다.
안전안내문자를 보내주는 김에, 안전확인문자도 보내주면 좋겠다. 그러면, 또 스치듯 생각하게 될 것이다. Y씨, 누구신지는 잘 모르지만, 다행이에요. 늘 좋은 일만 있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언제까지나 안녕하시길 기원해요. Y씨, Y선생님. 혹시 저에게도 빌어주시겠어요? 우리, 서로의 안녕을 빌어주기로 해요.
[안전확인문자] OO경찰청. OO구에서 배회중이었던 169cm, 반삭머리, 빨간잠바, 파란슬리퍼 Y씨(남, 72세) 발견함. 모두 평안한 밤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