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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Feb 08. 2018

창의성의 피크

The life cycle of artist

모든 것에는 제 철이 있고, 메뚜기도 한 철입니다. 모든 아티스트의 창작의 역사에는 라이프 사이클이 있고 가장 높은 피크, 이른바 hey day가 있기 마련입니다. 창의성을 역사의 관점으로 보는 것은 중요합니다. 여기서 창의성은 시장의 성공(market recognition)과 밀접하게 가까운 개념으로 정의됩니다. 상업적 창의성이라고 볼 수 있지요. 순수하게 질적인 창의성을 기본으로 하나 시장의 인정을 무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창의성은 시대의 산물입니다. 아티스트의 성장과 시대의 분위기가 하나로 만나야 합니다. 아티스트 창의성 라이프 사이클의 몇 가지 유형을 알아봅니다.


[Bell Curve]

 

라이프 사이클에 대한 벨 커브의 모양은 다양합니다. 실제로는 한쪽이 찌그러진 Poisson Curve가 더 흔하지요. 초기에 빨리 피크에 닿는 경우도 있고 대기만성형으로 후기에 피크를 성취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라이프 사이클에 기승전결이 있다는 것은 공통점입니다.


1972년 데뷔 앨범을 낸 Billy Joel의 창의성의 피크는 1978년 작 [The Stranger], 1978년 작 [52nd Street], 그리고 1980년 작 [Glass Houses]에 이르는 세 메가 히트 앨범입니다. 물론 빌리 조엘은 90년대 초반까지 빅 히트를 이어가지만 슈퍼 액트의 기본 성과를 감안해야 합니다. 1993년 작 [River of Dreams]을 끝으로 팝 정규 앨범을 마감합니다.


긴 커리어를 자랑하는 Madonna의 라이프 사이클은 고원(plateau) 형태의 커브를 이룹니다. 시대를 대표하는 슈퍼 액트의 전형적인 라이프 사이클 형태입니다.

이 그로테스크한 앨범 커버는 빌리 조엘을 포함한 듀오 Attila의 1970년 작 동명앨범입니다. 키보드로 헤드 메탈을 시도한 사운드도 꽤 그로테스크합니다.

[Long tail]


초기에 너무 강한 임팩트를 내뿜은 아티스트는 그 첫 강렬함을 되풀이하기 어렵습니다. 후기가 지지부진한 용두사미 롱테일이 되고 맙니다. Todd Rundgren는 데뷔 삼 년 차에 세 번째 앨범인 [Something/Anything? (1972)]을 통해 그의 음악적 성취를 완결합니다. 그의 천재성에도 불구하고 그는 그 이후 35년 동안 이 더블 앨범의 완성도를 뛰어넘지 못합니다. 3이란 숫자에는 무언가가 있습니다. Alanis Morissette도 세 번째 앨범인 [Jagged Little Pill (1995)]로 모든 것을 한 번에 쏟아냅니다. 그 이후로는 놀라울 정도로 지지부진합니다.


Guns 'N Roses는 용두사미의 대명사입니다. 그 머리만큼 꼬리도 깁니다. [Appetite for Destruction (1987)]의 스매시 히트 후에 무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요. The Stroke는 용두사미까지는 아니지만 강렬한 데뷔, [Is This It (2000)] 후에 그 강렬함을 극복하지 못합니다. 70년대 말 뉴웨이브 센세이션 The Knack도 마찬가지입니다. 엘에이 언더그라운드 신의 슈퍼 액트가 오버 그라운드로 나와 원 히트 원더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그들과 계약하기 위해 경쟁했던 많은 음반사에게 충격과 안도감을 동시에 안겨주었지요.   

[Get the Knack (1979)] by The Knack, soon lost the knack

이것은 대개 지속성과 일관성에 대한 에너지의 문제입니다. 성공에 취한 아티스트는 지속하지 못합니다. 혁신적인 창작을 위한 고통을 감내하지 않습니다. 얼굴이 두껍다면 투자자의 압력도 간단히 무시하지요.


[Log Curve]


정상에서 멋진 결말을 맺는 밴드는 로그 곡선의 라이프 사이클을 갖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커리어를 중단하게 되는 아티스트도 그렇습니다. The Police는 완성형 뉴웨이브 앨범 [Synchronicity (1985)]를 끝으로 밴드를 해체합니다. 딱 정상에서 마무리합니다. 1971년 짐 모리슨의 죽음으로 마감한 The Doors도 비슷합니다.


[Two Peaks]

장수하는 아티스트는 다시 부활하거나 전성기를 재현하기도 합니다. 지속하는 액트에게는 드물지 않은 사례입니다. Aerosmith는 70년대 초의 초기 전성기를 갖지만 80년 중후반 그것을 뛰어넘는 이차 전성기를 갖습니다. Hall and Oates는 10년의 성장기 후에 80년대 초중반 전성기를 갖고 긴 골짜기를 걷다가 20세기 말에 부활하고 데뷔 40년을 넘겨서 재발견됩니다. 80년대를 호령하다가 음반사와의 갈등으로 90년대의 골짜기를 지나고 2004년 [Musicology]로 부활하는 프린스의 라이프 사이클도 두 개의 봉우리를 갖습니다.


Genesis는 더욱 특이한 경우입니다. 싱어이자 리더 피터 가브리엘은 세 개의 명반을 생산해 낸 후 [The Lamb Lies Down on Broadway (1974)]를 끝으로 창작의 한계를 느끼고 새로운 사이클을 위해 탈퇴합니다. 그 당시에 우연히 싱어를 맡게 된 드러머 필 콜린스가 향후 밴드를 극강의 성공으로 이끌 것이란 것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던 결과였습니다. 제네시스는 80년대 중반 상업적으로 탑 밴드가 됩니다.  


[One Shot "Wonder"]

원 히트 원더는 사뭇 슬픔을 줍니다. 성공 후 지지부진이 아니라 단 하나의 앨범 이후 사라져 버리는 원 샷 원더는 기이하기까지 합니다. Remy Shand는 21세기 초 아티스트의 아티스트였습니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그의 음악을 칭송했습니다. 한 두 앨범 후 네오 소울의 슈퍼 액트가 되리라는 기대도 있었지요. 그러나 그는 [The Way I Feel (2002)]를 던진 후 연기처럼 사라집니다.

[Take a message] by Remy Shand, 그의 데뷔 앨범은 정말 쿨했습니다. 미키 마우스처럼 노래한다는 사람도 있었지만요...

Postal Service는 프로젝트 그룹에 가깝습니다. [Give up (2003)]을 발매한 후 십 년 동안 활동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전작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절망 혹은 포기의 감정이 있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뭐, 멋짐을 내뿜은 후 약효가 없어지기 전에 사라지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지속할 자신이 없다면 말이죠.


[Such great heights] by Postal Service, 이런 음악을 내고 활동을 이어가지 않는다는 것은 팬에게 범죄입니다.

아티스트는 다양한 라이프 사이클을 갖습니다. 그들의 피크는 높거나 낮고 길거나 짧습니다. 그 임팩트만큼이나 지속성은 중요합니다. 아티스트의 창의성을 지속하고 일관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언젠가 이런 토픽을 다루게 되리라 봅니다. 이 세상에 영원히 지속하는 것이 있을까요?



*Title Image: Billy Joel, 1980년 발매 앨범 [Glass Houses]


빌리 조엘의 전성기 앨범에는 필러가 전혀 없습니다. [Glass Houses]의 앨범 트랙인 [All for Ley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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