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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태원 Taewon Suh Sep 25. 2019

하늘 아래 새로운 band는 없다

혁신은 모든 영향의 총합

위대한 밴드의 여정에는 경이로움이 있습니다. 갖가지 요소들이 상합하여 그 열매를 낳습니다. 팀의 리더는 이러한 우주적 법칙에 순응해야 합니다. 본인의 목적과 의도에 몰두하는 "카리스마" 리더는 21세기에 더 이상 적합하지 않습니다. 인간성의 궁극적인 원천에 접근하려는 노력에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표현될 것입니다. 


아직 길게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21세기는 참으로 흥미로운 시대입니다. 모든 면에서 그렇겠지만 특히 음악산업은 전혀 전례가 없는 현상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음악이 없기도 하고 음악이 넘쳐나기도 합니다. 수많은 음악이 너무나 쉽게도 사람들을 향해 쏟아지지만 그 스트림은 종종 그냥 흘러가버립니다.


유행의 흐름은 매우 빨라지고 수많은 소재가 다양한 형태로 갖가지로 연결되는 모습을 보입니다. 당대의 팝뮤직은 젓가락이 어디로 가야 될지 고민하게 하는, 감탄스러우면서도 부담스러운 한정식과 같습니다.

이런 느낌? 저도 양재역 근방에서 가본 기억이... Thanks, JH.

당대의 팝 음악은 유행하는 요소를 모든 올려놓은 한 상차림인 것입니다. 디지털 음원으로 대표되는 현 시기의 음악계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산업이 되었습니다.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기획사 없이도 음악을 만들고 유포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음원의 절대적 양이 증가한 만큼 노출의 확률도 그만큼 낮아졌다는 데 있습니다. 기획과 마케팅이 필수가 아닌 시대에서 기획과 마케팅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여러모로 패러독스 한 현상입니다.


한 밴드는 어떤 영향들의 총합입니다. 메인스트림뿐만 아니라 언더 그라운드에서도 대개 예외가 없습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밴드는 없지요. 모든 밴드는 어떤 영향들의 결과인 것입니다. 아티스트도 당대 유행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나름의 주관성을 갖고 모든 영향을 처리하고 깊게 내재화하여 표현 수 있느냐가 얼치기와 개성의 차이를 구분하게 되겠지요.


다양성의 부재가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는 별로 없습니다. 개성 있는 문화적 표현이 보다 많아지고 나름대로 입지를 얻게 되길 원합니다. 문화 사업에서 스타가 군림하는 시기는 화려해 보이나 길게 보면 깊이와 넓이가 부족한 시기임을 알게 됩니다. 산업의 지속성과 문화적 건강을 위해서는 표피를 벗기고 내실을 보게 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여하튼 모든 개성이 사실 모든 영향력의 총합이란 관점에서 아티스트를 바라보는 것은 재미있는 일입니다. 영향의 뚜렷한 증거가 드러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에서 송창식과 Talking Heads를 생각해 내는 것은 과히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Coldplay에서 U2와 Radiohead를 읽는 것도 쉽습니다. Oasis가 The Beatles와 The Rolling Stones를 오마쥬 했다는 것은 공공연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복합된 영향의 진화 사례도 있습니다. 1980년대를 호령한 Hall and Oates은 흔하게 blue eyed soul의 최고의 듀오란 타이틀이 붙지만 사실 전체의 커리어를 통해서 볼 때 그것은 복잡한 그들 개성의 한 차원에 불과합니다. 1960대 필라델피아의 뮤직신은 R&B에 뿌리를 둔 멜로딕한 팝뮤직의 중심지였습니다. 이 둘은 이 음악적 토양에서 the Temptations나 Smokey Robinson 같은 당시의 top acts의 영향을 받게 됩니다.

 

초기 시절 R&B에 뿌리를 두는 내적인 포크 듀오였던 이들이 변화하게 만든 것은 1970년대 초기에 발흥했던 뉴욕의 펑크 밴드들 그리고 당시 영국에서 새로 도착한 Elton John과 David Bowie의 화려한 무대였습니다. 특히 듀오는 데이비드 보위의 오프닝 밴드로 다년간 활약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들은 1970년대 말 Neo-Punk 계열의 New Wave에 짙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Elvis Costello와 the Police 등의 심플한 사운드가 New Romantics 풍의 일렉트로닉 사운드와 함께 이들 음악에 스며들게 됩니다.

Hall & Oates에 대한 Bowie의 영향력에 대한 명백한 증거, circa 1975

이들에게는 그 외에도 수많은 영향력이 있었을 것입니다. 모든 결과는 일면 사적이고 일상적인 관계들의 집합으로 시작되기도 합니다. 일터에서 많은 관계가 형성되지요. 그 관계 중에는 예상키 어려운 종류도 있습니다. Bob Dylan이 Hall and Oates의 음악을 좋아했고 한 때 같이 작업하기를 원했다는 것은 이상하지만 사실입니다. Eddie Van Halen이 당대 최고 하드록 밴드의 리드싱어 자리가 비자 블루 아이드 소울의 기린아 대릴 홀에게 오퍼를 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일을 하다 보면 많은 관계가 형성됩니다. 그 관계 중에는 예상키 어려운 종류도 있습니다. 트로트 음악을 하는 사람이 래퍼와 친구 먹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다양한 영향력의 다른 증거가 되겠습니다.


21세기의 가장 위대한 밴드 중의 하나인 Arcade Fire의 경우에는 그 영향력이 명확하게 드러나는 것 같으면서도 묘하게 새롭습니다. 홀 앤드 오츠의 경우가 모든 재료를 섞고 오래 잘 반죽해서 요리한 것이라면 아케이드 파이어는 모든 재료를 적당히 잘라 그냥 뒤섞은 샐러드 같은 밴드입니다.


이들에게도 David Bowie의 영향력은 뚜렷합니다. (저의 취향도 확실하게 드러나는군요.) 초기의 음악은 Bruce Springsteen과 닮아 있었습니다. Björk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 밖에도 Echo & the Bunnymen, Roxy Music, Sonic Youth, Talking Heads, Radiohead, New Order, The Cure, The Flaming Lips, 그리고 The Smiths도 들립니다. (참고로 제가 다 좋아하는 밴드이군요.)


당신의 삶에는 누가 영향을 주고 있습니까? 친구 따라 강남가지는 말되 모든 선한 영향을 총합하십시오.



[Creature Comfort] by Arcade Fire


*Title Image: Arcade F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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