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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로소 Nov 14. 2024

나를 돌보는 일은 나를 빛나게 한다

돌보는 것은 그를 귀여워하고 예뻐하는 것과는 많이 다르다.

육아를 떠올려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귀여운 조카를 만나 잠깐 한두 시간 놀아주는 것과 내 아이를 하루종일 365일 키우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돌보는 일은 많은 품이 들어간다. 단순히 먹이고 입히는 것뿐 아니라 힘들지만 해야 하는 것들과 귀찮은 것들을 챙기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이 365일 24시간 끊임없이 계속된다. 회사를 다녀도 정해진 근무시간과 범위가 어느 정도 있는 일이 주어지는데 돌봄 노동은 그렇지가 않다. 생명체가 기계도 아닌데 밤에는 모든 것을 멈추라고 할 수 없다. 육체적 노동뿐만이 아닌 감정까지 쏟아붓는 일이 진짜 돌봄이다.


강아지를 키우기 시작했을 때 처음에 가족들과 많이 다투었다. 돌봄을 하지 않는 가족들이 원망스러웠다. 돌봄이 모두 내 몫이 되어서 할 일이 너무나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강아지의 끼니를 챙기고 신선한 물을 떠주고 매일 산책을 시키는 일이 오로지 내 이 되었다. 강아지를 키우는 것을 극구 반대했던 나에게 이 모든 일이 미루어진 것이다. 강아지 또한 살아있는 생명체이기에 기본적인 의식주의 해결 말고도 공을 가져와 놀아달라 하고 산책을 나가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아 집 안에서 말썽을 피웠다. 의무감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나가야 했고 힘들고 아픈 날에도 챙겨야 하는 대상이었다. 잠깐 끌어안고 털에 볼을 비비대거나 쓰다듬으며 이뻐하는 것이 다였던 가족들과는 달리 이처럼 아기를 키우는 마냥 챙길 것이 많아지리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에 반대했 것이었다.


생명을 가진 것들을 돌보는 것은 단순 의식주의 제공이 아니다. 돌보는 일은 많은 애정과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기에 제대로 돌봄귀하고 힘든 일이다.

우리는 타인을 돌보는 것에 시간정을 많이 쓰고 있다. 아이, 배우자, 부모, 형제 등 수많은 타인을 돌본다. 부모의 역할을 하는 이들이 더 그 경향이 있다.  그러다가 정작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을 놓치곤 한다.

'나'에 대한 돌봄은 늘 나중이 되기 쉽다. 맛있는 음식도 내 앞이 아닌 아이 앞에 놓고 나는 나중에 먹어야지, 예쁜 옷 아이에게 입히고 나는 나중에 입어야지, 영양제도 다른이부터 주고 나는 나중에 먹어야지. 배우고 싶은 것도 돈이 드니 나에 배워야지, 가지고 싶은 것도 나중에 사야지, 그렇게 나중에, 나중에 가 많아지다가 쌓인다. 내게는 꼭 필요한 것들만 하나둘 채워줄 뿐이다.

결국 자신을 챙기지 못하고 나이가 드니 어떻게 자신을 돌봐줘야 하는지도 모르게 된다. 내 마음이 괴로울 때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에 기댈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한다. 타인만 돌보는 것에 익숙해져 내 건강 검진은 미루고 내 외로움은 제 두다가 시간이 한참 흘러서야 나를 돌보지 못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제야 돈을 써서 옷이며 신발을 사봐도 헛헛함이 밀려오는 것은 내 마음을 돌보는 방법을 잊었기 때문이다.



쉼은 나를 돌보는 일이다. 타인을 향한 관심과 애정을 줄이고 나를 위한 쉬는 시간을 늘려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 그 관심과 애정을 이제 나에게도 주는 시간가져보자.

나는 돌봄 받을 권리가 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노래도 있지 않은가. 돌봐줘야 하는 몸과 마음을 지닌 나에게 소홀하지 않아야 한다. 먹고 싶은 음식도 먹어주고 가지고 싶은 것도 스스로에게 선물하자. 배우고 싶었던 것도 배워보고 가고 싶었던 곳도 보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도 만나자.

나도 이런저런 하고 싶은 게 많았지... 과거형이 아니라 하고 싶은 것을 꼭 찾아보면 좋겠다. 나중에 해야지 하는 미래형이 아니라 지금 작은 것이라도 해보면 좋겠다.

스스로를 돌보는 사람은 화려한 옷을 입지 않아도 빛이 난다. 화장을 해서도 아니고 비싼 것들을 걸쳐서가 아닌 그 사람의 내면에서 나오는 아우라로 인해 별처럼 반짝인다. 나를 돌보는 일은 스스로가 스타가(별이) 되는 일이다.

나를 위한 쉬는 시간을 가질 것, 그것은 여유가 될 것이고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나의 희망이 되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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