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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Apr 06. 2016

해외롱디, 12일 째

눈 떴을 때 혼자인 아침은 공허하다. 더욱이 네 꿈을 꾸고난 아침은 더욱 그렇다.


우리는 가까우면서 먼 곳에 산다. 각자 맡는 공기 냄새가 다르고, 피는 벚꽃의 모양도 다르다. 그래도 일어나면 좋은 아침이라고 연락하는 서로가 있어 잠시나마 즐겁다.


홍길동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고, 나는 당신에게 차마 온 진심에 흠뻑 젖은 보고 싶다는 말을 길게 하지 못한다. 혼자 지내는 너는 얼마나 외로우며 힘들지 혼자 살아보지 않은 나는 단 한 숟갈의 마음도 떠먹어 본 적이 없기에 나는 가만히 너를 응원하기만 할 수 밖에 없다. 공감이 어려우면 응원이 최선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새벽이 또 외로움을 끌고 와 나를 한입에 삼켰다. 외로움에게 잡아 먹힌다는 것은 물 속에서 눈을 뜬 것 같은 기분이다. 처음에 눈을 뜰 때는 우악스럽게 들어오는 물에 눈이 아프지만 적응이 되면 아파도 눈을 뜰 수 있고, 나중에는 눈이 아프지도 않다. 내게 외로움이 그렇다.


'혼자 일 보내기' 12일만에 나는 방전 되었다. 세상을 잠시 일시정지 시켜서 시간도 바다도 다 멈추게 하고 싶다. 멈춘 바다 위를 걸어서 네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다. 네 얼굴을 보고 안아도 보고 예쁜 말도 많이 해주고, 듣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고 싶다.


너는 이런 시기가 와도 내게 말 않고 묵묵히 참고 견딜 것 같으니 나도 참고 견디련다. 나는 네게 희망과 도움이 되고 싶지 바윗덩이가 되고 싶진 않다.



꾹꾹 눈물과 함께 누르지만, 나는 네가 정말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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