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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터파머 DataFarmer Sep 20. 2024

예민함에 대하여

<예민함이라는 무기>, 롤프젤린 지음, 유영미 옮김


감수성이 높고 예민한 성향은 사실 굉장한 재능이다. 높은 감수성 덕분에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고, 일상의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다. 위협을 더 빨리 감지하고 피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예민하고 감수성이 높은 것이 결코 인생에 괴로움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예민한 사람들 중 어떤 사람들은 자신의 성향을 삶을 힘들게 하는 요인으로 경험하는 반면, 어떤 사람들은 이런 성향이 가진 장점을 이용하고 누린다. 




자기 객관화, 메타인지라는 단어는 나 자신을 분리하여 타인의 눈으로, 타인의 생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능력의 한 부분이다. 하지만 유달리 이런 능력이 잘 발달된 사람들이 있으니, 그들을 예민한 사람이라고 부르고 싶다.


예민한 사람들은 매우 큰 장점이 있다. 그들의 신중함, 책임감, 양심, 겸손과 배려 등 일상생활과 관계에서 아주 중요하고 필요한 부분들을 남달리 많이 소유하고 있다.

예민하다는 표현과 그 인식이 사용되는 상황에서 좋지 않은 면으로 부각되고 있어서 그렇지, 예민함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욱 많은 인간의 속성이다.


"나"라는 존재도 예민한 사람들의 그룹에 속한다. 성별이 남성임에도 그러하다. 23번째 염색체 XY 중에 어머니로부터 온 X 염색체가 강한 것 같고, 그 외 22개의 염색채에 새겨진 다양한 생물학적 특성과 뇌과학 및 생리학적인 반응들에 어머니에게서 온 유전자가 우성을 보이는 것이 많은 것 같다.


최근에 찾아온 반갑지 않은 세 친구들도(불면이, 우울이, 목디스키), 어찌 보면 나의 예민함 때문인 것 같다. 집중할 때면 몸의 상태를 신경 쓰지 않고, 하던 일을 해내야 했기 때문에 고 강도의 일도 마다하지 않고 이루어 낸다. 박사 졸업을 준비하면서 몸이 어떻게 되는지 모르고 집중하며 끝낸 것도, N잡러로 새벽에 연구 기획 컨설팅, 오후에는 주업의 일을 하고, 퇴근하고 학생들을 가르치며 새벽에 출근하여 새벽에 퇴근하는 고된 기간 동안 건강이 많이 안 좋아진 것은 당연하지만, 또 다른 이유를 들자면 다른 사람들보다 스트레스에 대한 강도가 많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보통 녹초가 되어서 집에 오면 피곤함에 쓰러져 언제 잠자는지 모르게 뻗어버리기 마련인데, 나는 그러하지 않았다. 과도하게 피곤하고, 다음날에 또 새벽같이 일을 하러 나가야 하니 몸과 마음은 계속 긴장되어 있었으니까..


이런 삶이 박사과정 기간 동안 오래되었다. 감수성이 높고, 예민한 사람이 환경의 변화와 위협이 있음에도 마치 turn off를 하면 그 예민함을 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든 것을 묻힌 채 둔하게 살아야 했다. 나 자신을 가장 나답게 살도록 해야 했으나, 타인처럼 살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래서 반갑지 않은 세 친구가 생겼지만, 이제 수많은 고비들이 지나고, 두 번째 주어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먼저 하고, 특히 나답게 살기로 하면서 조금씩 세 친구와 멀어져 가고 있다. 

이제는 새 친구를 맞이할 것이다. 숙면, 예민함, 감수성이라는 친구들을 맞이하고 싶다. 이 친구들과 남은 내 삶을 더욱 즐기며 살 것이다. 학위 기간 동안 어두운 창고에 묵혀 놓았던 클래식기타를 꺼내서 다시 연주를 해야겠다. 나의 새로운 친구들과 음악의 선율에서 함께 춤을 추리라~


https://youtu.be/yaSZqNLfpPc?si=8d2XnXGVT1qZFvv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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