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에서도 노래를 함께 부르자
며칠 전 1년 동안 고생을 함께 해주던 동생이 나에게 말했다. "요즘의 형은 강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내가 고민이 돼요. 형은 늘 강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계속 믿고 따라갈 수 있도록. " 이 말을 듣고 요즘의 나를 돌아본다.
나는 늘 그 누구보다 마음이 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앞으로 삶을 살아가려면 내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해져야만 한다는 걸 꽤 일찍 깨달아 버렸으니까. 그때는 그 당시 나의 상황을 표현할 수 없었지만 지금 그때를 표현해보라고 하면 이렇게 말할 것 같다. 준비할 수 없는 것을 준비해야 하는 기분. 어떤 문제가 나올지 모르는데 나는 그 시험을 봐야 하고 틀린 개수마다 몸에 총알이 박혀야 하는 아주 불공평한 게임을 하는 기분이라고. 스스로가 풀어내지 못하는 삶의 문제들이 쌓여갈 때마다 이런 불공평한 게임에 동의 없이 나를 초대한 많은 것들을 욕했다. 내가 할 수 있는 탓이란 탓은 참 열심히 했다.
그런데 탓을 하는 것은 그 어떤 것도 바꾸지 못한다는 것을 알았고, 그럴수록 나는 내 곁에 사람들을 한 명씩 잃어버린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나의 힘듬을 이해하지 못하고 떠나가는 그들을 탓했다. 내가 상대에게 쏟은 마음과 시간만큼 상대를 미워하고 나를 위로하고 마음의 문을 닫으며 조금씩 떠밀려가다 바닥으로 떨어졌다.
바닥은 조용하다. 내가 귀를 막고 있으니 주변의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또 바닥은 빛이 없다. 내가 눈을 감고 있으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시간도 흐르지 않는다. 내가 하루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니. 그리고 나는 작은 돌부리에 걸려도 온 몸에 뼈가 부러지는 사람처럼 마음이 나약해진다. 바닥에 떨어진다는 건 이렇다.
그때의 나는 정말 제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아니, 지금 돌다 보면 내가 나를 떨어트렸다. 하지만 나는 세상이, 사람들이 나를 밀어서 떨어트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죽으란 법은 없는지 바닥에서 기어 다니던 나에게도 바보 같은 한두 명의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줬다. 왜 그러고 있냐며, 나는 잘 모르지만 그냥 다시 같이 가보자고, 그들은 어떤 사명감이나 이유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었다지만, 나에게는 이들이 나를 위해 손을 내밀고 노력해준다고 믿었다. 손을 내밀어준 한두 명의 사람들 덕분에 다시 듣고 다시 보고 다시 살게 되니 그들에게 보답을 하고 싶어서 강해지고 싶었다.
또다시 내가 바닥에 떨어질까 봐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들이 나처럼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 이번에 내가 그들이 있는 그곳까지 내려가서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서.
바닥에 떨어졌던 시간에서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때의 나와는 다르게 지금의 나의 곁에는 소중한 사람들이 참 많다. 이들은 기꺼이 나에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한 명 한 명 늘어갈 때마다 나는 더 강한 사람이 되고 싶어 진다. 세상이 또는 사람이 그들을 떠밀어 저 깊은 밑바닥까지 떨어진다 하더라도 기꺼이 따라 내려가 데리고 올라오고 싶어서.
마음을 다시 잡는다. 이제는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으니, 너무 두려워말고 단단해지자.
강한 사람들은 바닥까지 함께 내려와 누군가를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