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리을 Jul 23. 2021

열대야와 달

단편 소설 1

그날은 유난히 더운 밤이었다. 세 번 정도 깼던 것 같다. 새벽이었는데 시간은 언제 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침대에서 빠져나와서 물을 마시러 불 꺼진 거실로 나갔다. 창틈에서 달빛이 스며들어왔다. 무언가에 홀린 듯이 달빛을 받기 위해 창가로 향했다. 순간 주변의 소리가 사라지고 알 수 없는 공간에 온 것처럼 마음이 일렁였다. 


"아들"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익숙한 목소리. 

나는 이 목소리를 안다. 잊을 수가 없다. 

돌아가신 아빠의 목소리였으니까.


"아들" 


또 한 번 잊을 수 없는 그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순간 꿈인가 생각했다. 분명히 나는 잠에서 깨어 일어났고 밖으로 나와 달빛을 보았다. 

이건 꿈 일리가 없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면 아빠가 나를 부를 수가 없다. 

아빠는 3년 전에 세상을 떠났으니까.


"아빠?"


나는 차마 뒤를 돌아보지 못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자그마하게 아빠가 좋아하시던 느린 템포의 올드 팝이 흘러나왔다. 

뒤를 돌아봤다. 

아무 도 없었다.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 한번 도 튼 적 없던 LP판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날 아빠가 잠깐 나를 보러 왔는지 아니면 꿈을 꾼 건지 여전히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때 뒤를 돌아볼 걸 하는 후회는 여전히 남는다.  


오랫동안 준비했던 시험 합격 소식을 듣고 친구와 함께 거하게 술을 먹고 들어와 가슴 아파 틀 수 없던 LP판을 틀어 본다. 지지직거리며 노래가 시작된다. 


처음으로 이 노래의 제목이 궁금해졌다. LP 커버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Dance With Father  - Luther Vandorss


작가의 이전글 엔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