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지내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어려워졌다.
안녕함에 대하여
작가님 요즘 어떻게 지내세요?라는 질문에 나는 잘 지내요 라고 답하지 못했다. 단순히 물어온 안부가 아니라 상대에게 최근 좋지 않은 어떤 일이 있어서 자신과는 다르게 나의 하루는 안녕하냐는 질문일 수도 있기에 쉽게 잘 지낸다고 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대답 대신 역으로 되물었다. 잘 지내시냐고. 돌아온 대답은 약간의 침묵과 세 번의 눈 깜빡임 그리고 살짝 떨리는 음정 뒤에 나온 잘 지내야죠 라는 대답. 오늘은 잘 지낸다고 답하지 않은 내 자신에게 조금 만족하며 하루를 마감한다.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이 뭐 그리 어렵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나에겐 참 어렵다. 나의 안녕함은 대체 수많은 날들 중 어떤 하루를 기준으로 잡아야 하는지, 또 그 하루 중 느낀 수많은 감정들 중 어떤 감정을 골라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요즘의 난 어떻게 지내는지 고민하며 집으로 돌아오다가 지나가는 버스에 적힌 여행사의 광고 문구를 보았다. '당신의 최고의 여행지는 어디인가요?'라는 카피.
순간 50일의 유럽여행 중 단 하루밖에 머물지 않았던 베로나가 떠올랐다. 음식은 정말 맛이 없었지만 그곳에서 바라본 석양이 눈물이 날 만큼 아름다웠기 때문에. 갑자기 왜 베로나의 석양을 얘기하느냐고 의아해한다면 이게 요즘의 나는 어떻게 지내냐는 질문의 답이기 때문이다.
지는 석양을 보며 눈물 나게 아름다운 것들은 왜 닿을 수 없는지에 대해서 생각했던 베로나의 그 하룻밤처럼,
요즘의 나는 닿을 수 없는 아름다운 것들을 여전히 쫓으며 살고 있으니까
누군가의 애정과 인정, 내 삶의 평온함과 안정, 그리고 미래의 행복과 성공 같은 것들을.
잘 지내시냐는 말에 여전히 저는 닿지 못할 것들을 잘 쫓고 있다고 답했다면 상대는 씁쓸한 웃음 대신 동질감을 느끼며 조금은 개운하게 웃어 보였을까?
인간은 모두 자신이 쏜 화살을 쫓으며 살아가니까. 다음에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그때는 잘 지낸다는 말 대신 잘 쫓고 있다고 답해야겠다.
사진, 글 : 리을. 하루의 단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