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만나듯

by 관지


주님

오늘도 비가 주룩주룩 내렸고

저는 하루 종일 고구마순과 씨름을 했습니다.


잠깐 비가 멈춘 사이

어르신네 고구마 밭에 가서 모기에게 뜯겨가며 순을 따고

또 집에 와서 오후 내내 껍질을 벗겼습니다.

하고 나니 후련함보다는 약간의 짜증과 허무함이 몰려왔는데....


이걸 하느라 하루를 다 썼다고?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고구마순 벗기는 일을

시시하게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 느낌은 뭔가 다른 할 일을 미루거나 외면하고 있다는 신호였습니다.


예전 시험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아서

공부는 안 하고 밍기적,

서랍정리나 하던 그 버릇처럼.


그저 눈앞에 닥친 일이나 해치우며 사는 것 말고

제 인생에 님을 만나듯,

하루를 살기 원합니다.


무얼 하든 소중하고, 할 수 있어서 다행이고

하고나면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지는,

이왕이면 그런 하루를 살고 싶습니다.


그러니 주님, 도와주십시오.

쉬운 길만 찾지말고, 미루지 말고

엉뚱한데 헤매지도 말고

제게 주신 하루 속에서 제 님을 만나도록.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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