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려니 하기를

by 관지

주님

오늘은 편안하고 느긋하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전에는 권사님이 출타를 하셔서 교회 꽃꽂이랑 청소를 했고

오후에는 시편 쓰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비 온 뒤끝의 바람이 좋아서 오래 산책을 했습니다.

걷다가 동네분을 만나면 한참 이야기를 나누고,

걷다가 또 나무 아래 서서 무화과를 따 먹고...


얹그제, 속이 상해서 앉아있던 자리에 다시 앉으니 슬그머니 민망한 웃음이 새어 나왔습니다.


불과 이틀 사이인데 그때의 기분은 온데간데없고 이렇게 편안하고 즐겁기까지 하니 말입니다.


너무 예민하지 않고

좀 무던하게 그러려니, 받아들이는 품이 되고 싶습니다.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되어야만 좋아하는

이 자기중심에서도 벗어나고 싶습니다.


묵묵히, 무던하게 제 자리에서 제 할 일을 하면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편안한,

이름 없는 인생이 되고 싶습니다.



주님

오늘 제 하루를 채워주신 비와, 햇빛과 바람과 평화,

이 모두를 인하여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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