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속에 있으니

by 관지

오늘 하루, 바람이 많이 불었고 그래도 햇볕이 좋아서 톳 말리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봄에 씨를 뿌린 바질이 이제야 고개를 내밀었다. 어찌나 반갑던지.

비슷한 잡초들 속에서도 담박 알아볼 수 있던 것은 내가 좋아하기 때문.


그러고 보면

이 좋아한다는 것이 주는 힘이 사실 막강한데 요즘 나는 뭘 좋아하며 사나, 둘러보는데 딱히 생각나는 게 없다.


오늘은 나가는 식구들이 많았다. 어르신 내외와 딸도 나갔고 아랫집 두 분도 병원 다녀온다고 나가시고...


시끌벅적하더니 배웅해 드리고 돌아서니 섬이 일순 조용해졌다.

사람의 소리가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잠시 그 적막 속에 그대로 있으니 살그머니 자연의 소리들이 살아나기 시작한다.


순간,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며 드는 생각은...

아, 나는 지금 좋아하는 것들 속에 있어서 따로 뭘 좋아할 필요가 없는 거구나, 였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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