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선물

by 관지

오늘, 아침부터 하루 종일 안개가 머물러 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으니

마치 담배연기가 가득한 방 안에 있는 느낌이랄까.

습하니 창문을 열 수도 없어서

그냥 후덥지근함을 온몸에 뒤집어쓰고 있었다.


기분이 가라앉고

또 날씨가 우중충할 때는 오히려 몸을 움직이는 게 도움이 된다.


하여, 소일거리 삼아 산딸기잼을 만들었다.

이건 씨가 딱딱하니 씨를 거르는 작업부터 해야 해서 시간이 좀 걸린다.

그리고 카스테라 굽고, 양배추 겉잎들 말려서 가루 만들고...


또 뭐 했나.

이상하게 하루 종일 꼼지락거려도 막상 꼽아보면 참, 별 게 없어서 생색이 안 난다.


오늘 무엇보다 반가웠던 건

땀 삐질거리며 가스불 앞에 있는 나에게 불쑥 찾아온 검정 봉다리 속, 아이스크림이다.


편의점도 없는 우리 섬에서는 좀체 먹기 어려운 이 귀한 것을

역시나 이 무더운 한낮,

땀 삐질거리며 어르신이 들고 오셔서 미시는데 어찌나 고맙고 반갑던지...


한 입 베어무는데...

와, 이건 도시에서 내가 먹고 싶어서 사 먹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맛과 기분이었다.(얼마나 급했으면 사진도 없)


고작 아이스크림 하나에 천하를 얻은 것처럼 화들짝, 그것도 온몸으로 기뻐할 수 있는 것,

어쩌면 이것이 내 섬생활이 주는 선물이다.


굳이 여러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라도 얻고 싶고, 누리고 싶고, 또 기억해 내고 싶은... 그 소박한 삶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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