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

by 관지


산책길에 동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때였다. 개라도 한 마리 있으면 좋겠다고. 그런데 우리 섬은 개를 안 키운다. 냄새나고 지저분해서 싫다고들 하신다.


그래서 생각만 잠깐 하다 접었는데 어느 날, 산책길에 고양이 울음소리가 나서 이리저리 둘러보니 배밑창에서 우리 섬 고양이가 아닌 고양이가 울고 있었다.

아마 낚시꾼들이 데려왔다가 놓고 간 모양이었다. 배가 고픈지 자꾸 다리에 몸을 비벼대며 울어서 데려다 밥도 주고 잠자리도 만들어 주다. 신기하게 산책 나갈 때마다 따라 나와서 속으로는 개 대신 고양이를 보내주셨나, 생각도 했다.


그런데 작년에 새끼를 세 마리 낳았다. 그리고 올해 또 네 마리를 낳아서 도합 8마리가 되었다.

빈 집을 통채로 접수~

우와, 네 마리까지는 어떻게 감당해 보겠는데 더 이상은 안 되겠다. 무엇보다 섬에 고양이 수가 더 늘어나면 곤란할 것 같다. 그리고 고양이가 쥐를 안 잡으면 뱀도 늘어난다고 하던데...


그리하여 드는 생각은 그때 나는 개입하지 말았어야 했다. 좀 불쌍해도 눈 질끈 감고 내버려 두었으면 암컷이니 수컷들에게 물려 죽지는 않았을 테고 어찌어찌 고양이들과 어울려 야생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그런데 같잖은 동정심과 어쩌면 좋은 사람이 된 듯한 자기만족이 일을 만들고, 그르쳤다. 후회막심이다.

얘들아 지금이라도 어찌 자연으로 돌아가면 안 되겠니?

독립적이고 자생적인 섬고양이들에 비해 의존적이고 무기력해진 얘들을 보면서,

무리 선의의 친절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나는 충분히 고려해 보았을까.... 반성 중.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이전 23화나의 하루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