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니 다섯 시 5분.
씻고, 짐을 챙기고, 토마토 하나를 아침으로 먹고, 마트에 들러 어르신들 드릴 장보기를 하고
팽목항에 와서야 문득 생각이 났다.
아침나절 내내
나는 아무 생각도, 마음도 없었다는 것.
가고 싶다거나, 아니면 가기 싫다거나,
하루만 더 있다 가고 싶다거나 따위의
오늘 섬에 들어가는 일에 대해
나는 아무 생각도, 마음도 없이 그저 준비를 하고 나온 것이다.
이 무심함
어떤 일을 함에 마음이나 생각이 끼어들지 않는 상태.
그래서 좋았다.
*
일주일 만에 돌아온 섬 집.
짐만 내려놓고 바로 텃밭으로 올라가 봤는데
그야말로 초토화가 되어 있다.
날이 너무 더웠고 그동안 비가 오지 않았으니
더러는 물이 없어 마르고, 벌레가 먹어 비실거리다 죽기도 했다.
저녁나절, 죽은 나무랑 가지들은 잘라내고
물을 흠뻑 주었다.
장날 나가서 모종을 사고
심어놓고,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했던 순간들을 생각하니
속은 상하고 벌레들이 미웠다.
빨갛게 익은 방울토마토마다
구멍을 내놓은 걸 보며
절대 벌레 같은 인생은 되지 말자고 다짐을 했다.
*
오늘로 연재 두 달째이다.
첫 달은 매일, 두 번째 달은 일요일은 빼고
6일 연재를 했는데
하루 빼먹었다.
공간이동을 하다 보니
글쓰기가 어렵기도 했고
어려우면 어려운 대로 받아들이자 했다.
연재를 하니 약간 숨이 가쁜 느낌이 있었다.
저녁이 되면 슬슬 오늘은 뭘 쓰지? 하는 고민이 올라오고
귀찮기도 했지만
덕분에 하루를 지나치지 않고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해 보니 다음 길이 보인다.
아, 이걸 하려는 밑 작업이었구나, 라거나
마중물이었다는 느낌.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더니
해 보니 하게 되는 것 같다.
매일 내 생활이나 생각을 열어 보인다는 것이
아직도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