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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 Jun 20. 2016

우리 가족만의 2Q16년

우리만의 공간에서 우리만의 시간이 흐른다

 어느 날 오전에 베란다로 들어오는 볕을 멍하니 바라보다 갑자기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참으로 주관적이고도 모호한 개념이지만 그리 느낀 건 문득 7~8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까이 지냈던 지인들과 퇴근 후에 만나 스테이크 하우스나 와인바를 찾거나, 주말엔 브런치를 먹고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연휴에는 무조건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다녔다. 그 시절의 행복지수는 무척이나 높았다. 그럼에도 우린 때때로 '-설사 애인이 있다 해도- 어떤 사람을 만나게 될까, 결혼을 하고도 이렇게 즐겁게 살 수 있을까?'하고 마음 한 구석에서 불확실한 앞날을 초조해하곤 했다.


 공원에 돗자리를 펴놓고 앉아 놀던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식당 건너편에 자리한 중년부부와 장성한 자식들이, 여행지에서 만난 노부부가 그저 예뻐 보여 미래의 내 모습이길 바랐다. 임신과 출산의 고통이나 끊임없이 연속되는 양육의 고충, 켜켜이 쌓인 인고의 세월 같은 건 가늠조차 하지 못한 채 동화 속의 왕자님과 공주님이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뒷 이야기를 막연하게 동경하며 그려보았더랬다.




 상상했던 대로, 지금 곁엔 연애할 때와 다를 바 없이 매일 몇 번이나 사랑한다고 말해주는 듬직한 남편과 서로 자기가 '엄마 아기'라며 내 품을 차지하려는 건강한 두 아이가 있다. 여전히 주말이면 맛집을 찾아 외식을 하고, 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경치 좋은 곳을 찾아 드라이브를 가기도, 계절이 바뀌면 새 옷을 쇼핑하고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그건 왕자님이 아니라, 매일 일에 치이고 피곤에 찌든 아저씨가 성실하게 경제생활을 한 덕분이다. 공주는커녕 푸석해진 피부와 살찐 몸매를 못마땅해하는 아줌마가 정신없이 살림하고 육아를 한 덕분이다.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일인 듯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상을 살아내고도, 서로를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을 놓지 않은 결과이다.


 그토록 이상적이고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네 식구 완전체'가 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희생과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던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일들이 당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부터는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직장을 그만둔 지 몇 년이 지났음에도 주말이 지나가는 게 아쉽기는 매한가지이다. 일요일 밤, 잠자리에 누우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 마냥 다른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온 기분이 든다. 마치 우리 가족만의 2Q16년 시공간에서 지내다가 빠져나온 느낌이랄까. 네 식구가 오롯이 함께 보낸 이틀이 흡족할수록 더욱 그러하다.


 각자가 일상을 성실하게 산 대가로 꿈꿔왔던 가족의 모습으로 휴일을 보낸다. 그 기억과 마음 조각들이 모여서 하루하루를 살아갈 힘을 보탠다. 돌아오는 2Q16을 위해 이번 주도 열심히 지내자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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