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레 Sep 21. 2016

아이의 시간 vs. 나의 시간

더 많이 사랑해야지

 집에서 고등학교까지 걸어서 20분 정도의 거리였다. 입학한 날부터 쭉 아빠가 차로 등 하원을 시켜주셨다. 그러면 5분쯤 걸렸다. 하루는 걸어 다녀도 괜찮다고 했더니 아빠가 말씀하셨다.

 "너도 나도 24시간을 살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네 24시간의 가치와 나의 24시간의 가치는 비교할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내 시간을 투자해서 너의 시간을 더 활용하도록 하는 거다.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해보겠다고 했을 때에도 비슷한 말씀 하셨다.

 "물론 그런 경험도 중요하다만 사회에 나가면 충분히 겪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그 돈을 버는 것보다 네 본분인 학생의 의무를 충실히 하는 게 미래에 더 가치 있는 일이 될 거다.

 당시 아빠의 판단에 대해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그게 어떤 마음에서였는지 요즘 절절하게 공감하고 있다.



 둘째 아이를 보내려고 대기해두었던 어린이집들에서 연달아 입소 순번이 되었다고 연락이 왔다. 처음엔 생각했던 시기보다 일러서 망설였다. 결국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보내야겠다고 거절했다.

 한편으로는 아이가 기관에 가있는 서너 시간 동안 내 공부를 하고 운동할 시간도 벌 수 있으니까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다. 그런데 요즘 아이를 지켜보면서 안 보내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한다.

 첫째 아이가 유치원에 등원하고 나면 둘째 아이는 혼자 놀다가 책을 집어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다가 음악도 듣다가 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낸다. 그러다 점심 먹고 낮잠을 자고 나서 제 누나가 오면 함께 반나절을 지낸다. 

 아이는 세 시간 남짓의 오전 시간 동안 조용하게 온전히 혼자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하고 집중한다. 시기적으로 언어나 인지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도 한데, 이 시간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 역시 내가 공부하고 운동할 수 있는 시간 대신에 아이가 혼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게 더 가치 있는 선택이라 생각한다.



 첫째 아이가 어릴 때부터도 몰입하고 있는 것을 임의로 끊어내지 않도록 하루 일과에서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게 하는데 신경을 썼다.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책에 너무 빠질까, 어느 것 하나에만 너무 집중하는 게 아닐까 우려하며 적당히 관심을 돌리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동생이 태어나고 기관에 다니면서부터 그런 시간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게 한 것이 이제 와 아쉽다. 기관에 반나절, 집에 와서는 동생과 반나절을 보내야 하는 첫째 아이는 혼자 조용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이미 부족한 게 아닐까.

 어차피 아이가 무엇인가에 푹 빠지는 건 짧으면 며칠, 길어야 몇 개월이라 중독이라 표현할 수도 없는 건데, 지나치게 우려하여 차단한 게 몰입을 방해한 건 아니었을까 싶다.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은 조금 더 미뤄두어도 괜찮으니, 첫째 아이와는 더 많은 여행을 함께 하고 더 다양한 경험을 노출해줘야겠다. 둘째 아이는 기관에 보내기 전까지 지금 보내는 시간을 좀 더 누릴 수 있도록 해줘야겠다. 그리고 아이들을 더 많이 사랑해줘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때리면 걱정되고 맞으면 속상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