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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레 Apr 17. 2016

세상이 바뀌는 일

내가, 내 아이가, 내 아이의 아이가 살아갈 세상

 선거권을 가진 직후 대선이 있었다. 선거일이면 언제나처럼 새벽에 집을 나서 투표권을 행사하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았는데, 그 대열에 처음 동참하는 기분은 정말이지 진짜 어른이 된 것 같았다. 

 

 누구를 뽑을 거냐는 아빠의 질문에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사실 마음속으로 정해놓은 후보는 있었지만, 오랜 세월 부모님과 일가친척들이 지지하고 있는 당의 후보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날, 내가 찍은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큰 아이를 등원시키는 길에 매일 마주치는 할머니 한분이 길가에 붙은 대자보를 보며 말씀하셨다.


"어차피 그놈이 그놈이라."


"그놈이 그놈이어도 그나마 더 나은 놈을 뽑아야죠." 


내 한 표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



 총선일에 남편은 사정상 집을 비웠고, 혼자 아이들의 손을 잡고 아파트 단지 옆에 있는 학교로 투표를 하러 나섰다. 내가 뽑은 정당이건 아니건, 내가 뽑은 사람이건 아니건, 16년 만에 여소야대의 국회가 들어서게 되었다. 그만큼 이 날을 기다려온 다수가 있었다는 의미이고 그 결과가 아닌가.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보다가 가슴에 꽂히는 대사가 있었다. 재난 현장에서 구해낸 고아를 후원하겠다는 여자에게 남자가 말했다.


"누군가의 인생에 손 내미는 건 그만큼 책임질 일이 느는 겁니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그냥 하는 거죠.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누가 한 얘기인지는 알죠?"


"이렇게 만나는 사람들을 다 책임질 수는 없어요. 그런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파티마의 삶은 바뀌겠죠. 그리고 그건 파티마에겐 세상이 바뀌는 일일 거예요."




 그래, 이거다. 나 혼자 세상을 바꾸진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 해야겠다.


 그것이 누군가에겐 세상이 바뀌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내 아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이 바뀔 수 있는 나비효과를 만들어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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