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계절

마흔한 살, 시험관을 기록합니다. (여섯 번째 이야기)

by 여름바람

시간이 갈수록 초조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시험관을 하면서는 한 살 한 살이 아닌, 하루하루 나이를 먹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갈수록 불리해진다는 것. 그건 이번만큼은 꼭, 이달만큼은 꼭, 이 계절은 넘기지 않길... 하는 바람들을 자꾸 만들었다. 그리고 네 번의 시도 끝에 나는 가까스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과배란, 난자 채취, 수정, 배양 그리고 유전자 검사까지 통과한 2개의 배아. 담당 교수님 말로는 정상이지만 그리 건강한 상태는 아니라고 했다. 이식은 가능하지만 결과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 절반의 성공 어쩌면 절반의 실패 정도로 나는 받아들였다. 하지만 나는 다음 단계를 드디어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이식이 결정되고 또 다른 과정들이 차례로 이어졌다. 심전도 검사를 했고, 자궁을 깨끗하게 해 준다는 자궁경 시술 일정도 잡았다. 그 덕에 몇 달 만에 잡아둔 여행 일정도 취소해야 했다. 예약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라는 바닷가 근처의 인기 숙소였는데, 자궁경 시술과 겹쳐 깨끗하게 포기했다.

배아 상태를 확인하고 이식을 하기까지는 두 달여의 시간이 걸렸다. 이식에 적합한 인공 주기를 만들기 위해 한 달 가까이 호르몬 약을 먹었다. 속은 매스껍고 울렁거리고 이상한 기분이 자주 찾아들었다. 뭐든 자연스러운 게 좋은 건 아닐까, 약으로 내 몸의 주기를 바꾸고 인공적으로 뭔가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괜찮은 걸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 몸이 힘드니 별별 생각이 다 찾아왔다.

하루하루 꼬박꼬박, 약을 챙겨 먹으며 이식 날짜를 기다렸다. 몸의 상태를 확인하고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이식 이틀 전 모의 이식을 했다. 그리고 3월 13일 수많은 관문을 뚫고 내게 온 배아를 내 몸에 이식했다. 이식은 마취도 아무런 통증도 없었다. 그전의 과정에 비하면 너무도 간단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정말 내 몸 안에 생명이 될 무언가가 들어왔나, 내 몸이 이제 뭔가 달라진 건가... 아무런 느낌도 아무런 증상도 없으니 실감이 안 났다.

1시간쯤 멍하니 누워 있다가 간단한 설명을 듣고 병원을 나왔다. 이제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느낌이었다. 그날은 봄이 막 시작되던 날이었고, 제법 따뜻해진 바람은 마음을 일렁였고, 느슨해진 사람들의 걸음걸음 사이로 나도 새로운 걸음을 내디뎠다. 아직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이식이 곧 임신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설렜다. 봄이라 그런 걸까. 긴 겨울 끝에 맞이한 새로운 계절은 매년 나를 설레게 했으니까. 그렇게 나는 새 봄을 맞았다.

이전 05화익숙해져 간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