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마음 (1)
오랜만이다. 지난번 글을 보니 5개월 만이다. 5개월 동안 나는 바빴다. 하루가 빈틈없이 돌아갔고 마음에 여유를 들일 틈이 없었다. 뭔가를 하지 않는 시간이 없었고, 종종거리며 움직였고, 몸이 바빠질수록 마음은 몇 배로 더 바빴다. 간혹 잠깐의 시간이 나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잠을 청했고 쉬기 바빴다. 육아는 처음 겪는 낯선 분주함, 낯선 무게의 버거움, 나를 늘 비상상황으로 만드는 낯선 세계였다. 적응이라는 말이 들어설 새 없이 또 다른 상황들이 생겨났으니 매일이 새롭고 낯설었다.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정리해보고 싶었지만, 매 순간 그 일은 뒤로 밀려났다. 무언가 생각하고 정리하고 써 내려가는 일을 해내기가 벅찼다.
세차게 내리는 비를 보다가 문득 ‘글을 써야지’하는 마음이 일었고, 밀어뒀던 노트북을 펼쳤다. 무얼 쓰고 무얼 어떻게 묶어서 내 브런치를 만들어갈까 생각하다가 뒤죽박죽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을 한데 묶으려면 ‘오늘의 마음’ 정도가 좋겠다 싶었다. 그동안 나름대로는 주제별로 이야기별로 묶어서 글을 써왔는데, 그렇게 하려니 여러 가지 마음들이 하나의 주제로 묶이지 않았다. 오늘의 마음 안에 여러 날의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이전에는 나름대로 정해놓은 분량도 있었으나, 그 분량에 맞추려고 짧은 글을 길게 늘인 적도 있었으나, 오늘의 마음 안에는 짧은 글도 긴 글도 중간 길이의 글도 담고 싶다. 마음은 여러 가지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제한과 제약을 두지 않고 자유롭게 담아낼 생각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도 자유롭게라는 이름을 단 테두리를 또다시 만들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정리해둬야 계속해서 써나갈 ‘오늘의 마음’이 안정적인 모습으로 내게 다가올 것이고, 그래야 나는 또 오늘의 마음 안에 무언가를 담아낼 것 같기 때문이다.
자꾸만 내가 없어지고, 내 시간이 사라지고, 내 일상이 옅어지는 요즘의 나는 ‘오늘의 마음’ 안에 온전한 나를 기록하고 싶다. 분유 타고, 이유식 만들고, 아이를 달래고 재우고 하는 육아하는 내가 아닌 그냥 나를 기록하고 싶다. 비 오는 날을 좋아하고, 산책 중에 불어오는 바람에 기분이 말랑해지고, 책을 읽고 영화보기를 즐겨하고, 햇살이 내려앉은 초록 잎들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들에게 작은 선물을 건네길 망설이지 않는, 노을 지는 하늘을 놓치지 않고 보고 싶어 하는, 여름밤의 잔디밭을 찾고 싶은, 문구점에서 엽서 사는 게 취미인, 나무 테이블에 놓인 차 한 잔을 좋아하는 그런 나를 잊지 않으려고 자주 ‘오늘의 마음’을 두드릴 것이다. 물론 그 마음 안에는 아이들의 이야기도 담길 것이다. 지금도 내 옆에는 새근새근 잠든 아이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