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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인슈페너 Feb 05. 2024

마음이 하는 일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잠깐 멈추세요!

이제 하나에서 열을 세며, 천천히 숨을 내뱉으세요!

다시 한번 숨을 깊게 들이마시고, 천천히 열을 세며 내뱉고...

이제는 온몸과 함께 할 겁니다.

편안히 의자에 다리를 뻗고 앉으세요!

머리를 뒤로 젖힌 상태에서 숨을 들이마심과 동시에 온몸에 힘을 꽉! 주세요. 그리고 그 상태로 숨을 참으세요!

천천히 열을 세며 숨을 내뱉고, 동시에 온몸의 힘을 빼고 긴장을 빼세요!

자! 다시 한번... 하나, 둘, 셋......


정신과에서 실시하는 공황장애 극복을 위한 수업이 진행되었다.

꾸준히 연습하면 공황이 왔을 때 정확한 호흡을 하며 몸과 마음을 다스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10대에서 5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층의 남녀가 모여 눈을 감고 호흡법을 익혔다. 한 40대 남자 직장인은 회사에만 가면 공황이 일어나서 휴직계를 내고 병원을 다니고 있다고 했다. 아들이 고3인데 본인이 아파서 큰일이라며 아이 걱정을 했다. 20대 초반의 대학생은 학교에 다닐 수 없을 만큼 공황이 심하여 휴학을 하고 치료를 받고 있다고 했다. 환자 중에는 연예인도 있었는데, 호탕해 보이는 그녀의 성격에 좀 의아했지만 방금 주차를 하는데 경비아저씨와 실랑이를 하게 되었고, 그러는 가운데 심장이 벌렁거리고 호흡이 가빠져 힘들었다고 하소연했다.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어렵게 정신과에 오고, 공부를 한다.

살기 위해서.

요즘은 방송을 통해 공황장애가 많이 알려지고, 너도 나도 공황장애라며 공개를 하고 다니지만 나는 공황장애라는 병이 존재하는지 조차 몰랐고, 혹시 아이들 학부모나 지인을 만나게 될까 두려워 집에서 먼 곳으로 병원을 정하였다.


공황장애의 가장 기본적인 증상은 호흡이 가빠지는 것이다.

그 외에도 사람마다 차이는 있는데 다리를 못 건너는 사람, 엘리베이터를 못 타는 사람, 사람 많은 곳을 가지 못하는 사람, 회사나 학교에만 가면 발작이 일어나는 사람 등 증상은 저마다 너무도 다양하다.

나의 경우는 가슴이 두근거리며 어지럽고 호흡이 빨라지며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런데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때와 장소를 구분하지 않고, 멈추지 않는다. 동시에 한 발자국 떼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나의 몸은 견고한 쇠사슬에 묶여 결박당하였다.


당시 큰아이는 대학교 2학년, 작은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큰아이는 감당할 수 있지만(지금 생각해 보면 참 미안하다) 곧 고3이 되는 작은 아이에게는 어떻게든 들키지 말아야 했다. 하루종일 침대에서 끙끙거리다 아이가 올 시간이 되면 약을 먹고,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밥을 먹이고 학원에 보냈다.

나중에 대학에 들어간 둘째는 말했다.


다 알고 있었다고..

병원까지 검색하여 엄마의 병에 대해 모조리 알고 있었다고!




마음도 일을 한다.

우리의 몸은 오장육부가 있고 근육과 팔과 다리 그리고 머리 등 신체발부가 각자의 영역을 담당하며 건강한 사람을 만든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 분명 준재하고 우리는 그것을 '마음'이라 한다. 기쁨과 슬픔, 분노와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은 뇌에서 하는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슴 한가운데 심장이 존재하는 곳을 움켜쥐며 '마음'이 아프다 한다.

뇌의 명령을 가장 먼저 감지하는 기관이라 그럴까.


*마음

1.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2.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이나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3. 사람의 생각, 감정, 기억 따위가 생기거나 자리 잡는 공간이나 위치.

유의어; 가슴, 가슴속, 감정


마음의 사전적 의미는 위와 같다.

결국 마음은 품성이고 생각이며 감정이다. 그런데 특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공간이나 위치라는 문구이다.

'마음이 없다'

'마음을 비우다'라는 말을 흔히 쓰는데, 해석하면 어떠한 생각이나 감정이 자리 잡을 만한 공간이나 위치가 없는 뜻으로 풀이된다. 결국 형체가 없는 존재, 공간도 위치도 없고 손에 잡히지도 않지만 분명 우리에게 존재하는 그 무엇!

눈에 보이지 않고 현미경이나 MRI, CT 로도 볼 수 없는 것.

마음은 특수한 결정체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은 인간의 오장육부만큼이나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하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라는 말은 여기저기 널려있는 말 가운데서도 가장 흔하디 흔한 말 아닌가.

하지만 그 '마음을 먹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는 꼭 병을 앓아보지 않고서도 충분히 알 수 있다.


한참 우울과 공황에 시달릴 때, 엄마는 말했다.

"그 마음 좀 어떻게 해봐! 단단히 마음을 좀 먹어봐!"

안타까운 마음에 그러신 것은 알지만 또 우울이 어떤 건지, 공황이 도대체 애를 어떻게 하는 건지 모르시기에 하시는 말씀이었지만 참으로 섭섭하였다. 그리고 외롭고, 억울했다.

인대가 늘어나 깁스를 했을 때, 심한 감기에 걸려 콜록거리고 열이 났을 때, 갑상선 암에 걸렸을 때 모두가 걱정을 하며 환자로서 대우를 해주었다. 그로 인해 마음의 위안을 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


흔히들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가 든 것이라 표현한다. 하지만  직접 병을 앓아본 경험자로서 그 표현은 너무 약하다. 그것은 가벼운 몸살로 지나갈 수도 독감으로 진행되거나 더 지독한 병으로 진화될 수도 있다. 정신과 환자는 나 자신을 비롯해 타인이나 가족에게 병으로 인식하고 이해받기가 힘들다. 그런 까닭에 병의 발견도 치료도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내 마음을 좀 어떻게 해보고 싶다!

 

어쩌면 등한시되고 잘 알지 못했던 '마음'이라는 것은 가장 중요한 건강의 지표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마음이 일을 하나 보다.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고.

더 이상 미루지 말라고.

나를 봐달라고.

자꾸만 사인을 보내고

때로는 겁박을 하며 '마음'은 일을 한다.


마음이 하는 일을 너무 늦게 알아차리지 않도록 나와 마주하는 시간을 조금씩 늘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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