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ton de Tulear
둘째는 4년째 남자친구와 열애 중이었다.
한 두 번 본 적이 있지만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것은 아니었고 선한 인상에 반듯해 보이는 외모가 마음에 들었다. 개를 키울까 말까 고민했던 열정은 다 식어 버렸고 다시 지루한 일상이 반복되고 있을 때, 딸은 남자친구를 통해 받은 사진을 나에게 보여 주었다.
"이건 모야? 모 이렇게 생긴 개가 있어?"
"꼬똥 드 툴레아라는 견종인데, 오빠가 엄마에게 잘 어울릴 거 같다고.. 엄마가 좋아하실 거 같다고 사진 보내줬어."
“모? 꼬.. 똥? 똥? 드… 무슨 이름이 이렇게 길고 어려워? “
생전 처음 보는 개였다.
하얀 털이 수북한 사진 속 개는 마치 아기 백곰? 하얀 사자? 같은 모습에, 눈은 털에 가려 보이지 않고 약간의 댕청미를 장착하고 있었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기존에 알고 있던 개와는 사뭇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떻게 이렇게 귀여울 수가 있을까.
반했다!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여태껏 보지 못했던 사진 속 개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지금 생각해 보면 개를 좋아하는 딸의 남자친구는 지가 키우고 싶은 개를 나에게 슬쩍 소개해준 거 같다.)
그날 이후, 검색? 조사! 에 들어갔다.
꼬똥 드 툴레아 Cton de Tulear
마다가스카라에서 반려견의 목적으로 개량한 개의 품종이며, 마다가스카라의 국견이다. 프랑스 식민의 영향으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엘레트계층에 의하여 면을 의미하는 코튼(coton)과 툴레아(Tulear) 지역명을 따서 프랑스식 품종명이 지어졌다. 섬 밖으로 유출되는 것을 매우 꺼려하여 오랫동안 섬 안에 고립된 채 길러지다가, 1973년 로버트 제이 러셀(Robert Jay Russell) 박사에 의해 미국에 처음 수입된 후, 이듬해 미국 내에서 공식클럽이 조직되었다.
목화솜 같은 풍성한 털을 가지고 있으며 사람들과 친화력이 좋고 애교가 많아 '위로하는 강아지'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사교성이 좋다. 털 빠짐이 덜하고 예쁘고 짜리 몽땅한 다리가 매력이다. 모색은 흰색을 바탕으로 회색이나 갈색의 미색을 띠기도 한다. 소형견이지만 4~9kg까지 자란다. 잔병치레도 별로 없고 건강하면 19살까지도 산다.
으악!
딱이다!
내가 원하는 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게다가 외모 또한 내 취향이었다.
그날 이후 나는 상사병에 걸렸다. 무엇인가 하나에 빠지면 정신 못 차리고 질주하는 나의 성격 탓에 우울증 환자가 조증까지 왔나? 가족이 걱정을 할 정도로 빠져들었다. 여기저기 조사를 마친 뒤에는 SNS 검색에 들어갔다. 생각보다 꼬똥(이하 꼬똥이라 명칭함)을 키우는 사람들이 많았고, 팔로우 10만이 넘는 인플루언서(influencer)도 많았다.
수많은 SNS계정을 검색하면서 그들이 꼬동을 데려오게 된 계기와 분양하는 곳, 키우는 과정, 유의사항들을 익혔다.
나중에는 온 가족이 꼬똥을 데려오기 위해 정보를 교환하고, 공부를 했다. 가족 모두 상사병에 걸린 것이다.
매일 사진을 검색하고 주고 받으며 깔깔거리고, 귀엽다고 난리를 피우면서 우리 집은 이미 꼬똥의 영혼으로 가득 찬 집구석이 되었다.
가장 큰 문제는 어디서 데려오느냐!인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은 곳은 하동에 있는 켄넬이었다. 자신들만이 순수 혈통을 자랑한다는 브리더는 일 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아! 너무 길다!
두 번째로는 이천에 있는데, 그곳은 3~4개월가량 기다리면 된다고 했다. 미국에도 켄넬이 있는데 비행기 삯을 보내주면 한국으로 보내준다고 했다. 큰 아이는 본인이 직접 미국에 가서 데려오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모두가 조금씩 미쳐가고 있었다.
여러 궁리 끝에 조금이라도 덜 기다리는 이천에 있는 켄넬에서 데려오기로 했고, 상담을 하러 가기에 이르렀다.
나비효과라 해야 할까.
딸의 남자친구가 던져 준 사진 한 장, 그 작은 날갯짓은 엄청난 인연을 넘어 필연으로 우리의 인생에 커다란 점! 하나를 찍게 되는 계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