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경욱 Jul 24. 2023

눈이 빛나는 사람

눈이 빛나는 사람을 만났다

별 기대하지 않고 어떤 카페에 들어갔다. 자세한 정보도 모르고 들어갔으니 그곳이 뭘 잘하는 곳인지, 누가 하는 곳인지 처음에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저 광고 같아 보이지 않는 네이버 리뷰 '커피가 맛있어요'를 한번 믿어보기로 했을 뿐이다. 그런데 의외로 그곳에서 나는 새로운 세계를 접하게 됐다.


나는 내추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다. 내추럴 가공방식은 커피열매를 가공하는 방식 중 하나로 커피열매를 가공하는 방식은 거칠게 나눠 워시드와 내추럴 두 가지로 나뉜다. 커피열매에 붙어있는 과육을 물로 깨끗하게 씻어내는 워시드 방식은 밝고 깔끔한 맛을 내는 반면 그냥 바닥에 커피열매를 펼쳐 껍질과 과육을 통째로 말리는 내추럴 방식은 복합적인 맛이 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가 내추럴 커피를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그 '복합적인 맛'이라는 것이 내게는  깔끔하지 못한, 심하게는 어딘가 쿰쿰한 발효취가 나는 맛으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던 그 카페에서 나는 새로운 내추럴의 세계를 맛보게 됐다. 커피를 내려주시는 사장님과 우연히 커피 취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게 됐다. '내추럴은 저랑 좀 안 맞더라고요'라고 얘기했더니 '신경 많이 쓰지 않은 내추럴들은 그런 경우가 있기도 하죠. 근데 정성을 많이 들인 내추럴은 다르실 거예요'라면서 커피를 한잔 더 내려주셨다. 그리고 정말로 그의 말처럼 내추럴 가공방식이면서도 발효취가 전혀 나지 않으면서 복합적인 향을 내는 깔끔한 커피를 맛볼 수 있었다. 완전히 놀란 표정의 나에게 그는 반짝이는 눈으로 싱긋 웃으며 꽤 오랜시간 설명을 이어갔고 몇 잔의 커피를 더 내려주었다.


사람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면 눈에 빛이 난다

사람은 얼마나 나이를 먹었는지와는 상관없이 자기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을 말할 때 어린아이 같은 반짝이는 눈빛을 발한다. 나는 그날 카페에서 깔끔한 내추럴커피와 함께 그 빛나는 눈빛을 마주했다. 그 눈빛과 함께 내어주는 커피 덕분에 그동안의 편견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로 진입할 수 있게 됐다. 단순히 맛있는 커피뿐 아니라 그 눈빛에 매료되어 감동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사람들의 빛나는 눈을 보기를 좋아한다. 누군가 보기에는 똑같은 커피일지라도, 그런 눈빛을 발하는 사람이 건네는 커피는 분명히 다르다. 누군가'그래봐야 커피'라고 말할 수도 있는 그 한잔을 위해 오랜 시간 공부하고 여행하고 노력해 온 사람의 열정이 나를 감동하게 한다.


그 커피 한잔을 위해 들인 정성과 시간 그리고 더 나은 커피를 건네기 위한 한 사람진심이 담긴 그 눈빛에 반한다. 누군가는 '커피가 뭐라고 굳이 꼭 그렇게 해야 해?'라고 물을지라도 묵묵히 자기가 할 일을 해내는 열정이란 단어 외에는 설명할 길 없는 그 빛나는 눈빛에 감동한다.


눈이 빛나는 사람 곁에는 눈이 빛나는 사람들이 있다

신기하게도 빛나는 눈빛은 전염성이 강하다. 그런 눈빛을 발하는 사람들은 서로를 강하게 끌어당긴다. 그래서 어떻게든 서로를 찾아내고 결국 눈이 빛나는 열정적인 사람 곁에는 눈이 빛나는 열정적인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 


열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열쩡! 열쩡! 열쩡!'을 외치고 닭백숙 먹으면서 매주 전국 100대 명산을 등산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무언가에 분명히 진심이라면, 온 마음을 다해서 무언가를 대하고 있다면, 그리고 그것을 말할 때 자기도 모르게 눈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면 당신은 이미 충분히 열정적이다.


나는 그런 사람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하고 그런 사람들이 전해주는 어떤 이야기도 모두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비록 우리가 아직 아무것도 제대로 이룬 것이 없다고 느낄지라도 그런 눈빛을 가진 사람은 언젠가 무언가를 해내게 되어있다고 믿는다.


나는 그 빛나는 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누구든 빛을 발하는 눈빛을 보고 있노라면 나도 조금 더 빛날 수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빛나는 눈빛과 열정이 가득 담긴 커피를 마신 덕분에 오늘만큼은 나도 네이버 리뷰를 하나 남기기로 했다 '커피가 감동적으로 맛있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네모난 바퀴의 자전거는 앞으로 갈 수 있을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