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부규 Dec 31. 2023

2023 마지막 점심

아내가 싸준 김밥과 김칫국에 빠지다.

2023 마지막 날이다. 

오늘도 출근이다.


김밥 두 줄 + 1/3줄, 김칫국 


오늘 점심은 특별히 아내가 싸준 김밥이다.

고슬고슬한 밥알과 햄, 게맛살, 당근, 시금치, 단무지, 계란부침을 구운 김으로 

돌돌 말아주면 김밥 끝판왕이 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재료는 밥이다. 

밥이 맛없으면 김밥 전체 맛이 떨어진다. 

간이 딱 맞는 밥을 짓고 약간의 참기름과 식초, 깨를 골고루 섞어준 밥이라야 

맛이 난다. 

김밥용 밥은 아내가 만든 것이 '김밥○○'보다 맛있다. 

당연히 김밥 전체에 맛이 녹아들 수밖에.


김밥만 먹으면 뭔지 모르게 허전하다.

아내가 김치를 싸줄까? 김칫국과 함께 먹게 해줄까 선택하란다. 

후자를 선택했다.


김밥과 어우러진 김칫국은 환상적인 맛의 조합을 만들어낸다. 

담백하면서도 고슬고슬하고 탱탱한 밥알의 끈기가 

김칫국과 만나 입 안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약간 매운맛이 남아있던 김치가 숙성 과정에서 더 깊어지며 

김칫국에서는 새콤 매콤한 특유의 맛으로 변했다. 

담백한 김밥과 김칫국이 어우러져 나의 미각을 황홀경에 빠지게 했다.


맛있는 점심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 

내 생에 얼마나 큰 행복인지 또 한 번 깨닫는다.


언제나 내 건강식을 끔찍이 신경 쓰는 아내가 고맙다.


그 보답으로 이 글을 쓴다.


작가의 이전글 투잡 말고 N잡러, 돈 안 들고 수익 나는 일 찾았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