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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부규 Feb 15. 2024

지역마다 다른 이사 풍속도

서울 강남, 관악구 및 수도권 일부

아들이 이사하는 날이다.

서울 신림역 초역세권 원룸형 오피스텔(건축물 대표 용도는 관광호텔로 쓰여 있었으나 층별 용도는 오피스텔) 6층에서 2년간 생활했다. 회사가 있는 강남에서는 다소 비싼 전세보증금 때문에 살 집을 구하기 힘들어 밀리고 밀려 신림역까지 왔다. 2년간의 원룸생활은 지옥이었단다. 원룸 창문 건너편에 19층짜리 빌딩을 짓고 있다. 현재진행형이다. 2년 가까이 되는 공사기간 동안 온갖 소음과 분진 때문에 생고생을 사서 한 것이다. 2022년 2월 입주 당시에는 공사 예정지가 아니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철거를 하더니 착공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단다. 아침 6시 반부터 뚝딱거리기 시작하는데 재택근무 때는 하루 온종일 시끄러워서 업무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또 신림역 역세권이지만 유흥가 밀집지역으로 밤새도록 시끄럽단다. 하루라도 빨리 떠나고 싶었단다. 생활환경이 너무나 나빠서 진저리가 나도록 싫단다.


오늘 이사 가는 논현역 인근 빌라는 신림역보다는 훨씬 비싸지만 조용한 주택가이고 회사 인근에다 가까운 곳에 음식점 등 생활편의시설들이 많이 있어 좋단다.

출처 : Pixabay

이번 이사를 통해 알게 된 사실 두 가지.

1. 청소비 10만 원 청구

    신림역이 있는 관악구 쪽 원룸 소유자들은 대부분 이사 간 후 청소를 하고 나가야 한다는 조건으로 청소비를 선이자 떼듯이 받아간다. 청소를 하는지 안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사 가는 사람이 바쁜 관계로 지켜볼 수도 없다. 교묘한 방법으로 서민들 쌈짓돈을 빼간다.


논현동은 청소비가 없다. 주인은 세입자가 가고 오는 것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전세 계약하던 날 집구경 가서 대충 봤을 때는 전 세입자(여자)가 깔끔하게 쓴 줄 알았는데 와! 전혀 아니었다. 너무나 지저분했다. 그것 청소하느라 안 쓰던 근육을 썼기에 온몸 뼈 마디마디가 쑤실 정도로 힘들었다. 싱크대 물 내려가는 구멍 뚜껑과 철망이 누렇고 시커멓게 썩은 채 눌어붙어있을 정도로 너무나 더러워 새 걸로 교체했다. 다른 곳은 두 말하고 싶지 않다. 이럴 때는 청소비를 꼭 받아서 청소 후에 입주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전 세입자를 잘 만나는 것도 복이다.


2. 당근마켓 이삿짐 화물차 운송비 경매에 붙이다.

    전에 신림역으로 이사 갈 때는 지인에게 부탁해서 이삿짐을 운송했다. 이번에는 그 지인이 화물차를 팔았다기에 아들에게 모든 걸 맡겼더니 당근마켓에 이삿짐 물량을 사진 찍어 올리고 어디에서 어디까지 가는데 얼마하나요? 하면서 운송화물차주들을 끌어들였다. 경매에 붙인 것이다. 순간 화물차주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운송비는 계속 떨어졌다. 12만 원에 운송하기로 했다. 추가비용은 없다고 했다.


1톤 윙바디화물차가 왔다. 그러나 내가 봐도 워낙 이사 물량이 많아 추가 비용을 청구할 것 같았다. 아니나 다를까 3만 원 추가금액을 요구했다. 화물차주가 물불 안 가리고 열심히 일해주셔서 아들이 고마운 마음에 추가금을 붙여서 선뜻 입금했다.

출처 : Pixabay

당근마켓은 중고물품을 가까운 이웃끼리 사고파는 장을 만든 것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기꾼들이 설치거나 위 사례처럼 경매에 붙이는 등 전혀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끝없이 확장되고 있다. 세상은 참 요지경이다. 창업주는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폐쇄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단점을 보완해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사는 많은 서민들의 애환이 담긴 고통의 서사다. 1인 가구가 많아짐에 따라 포장이사와 입주 전 청소 등 힘든 일을 모두 업체에 맡겨버린다. 이사하는 핑계로 친척과 친구들을 불러 짜장면을 먹으며 상부상조하던 시절은 지났다. 이제는 가족이 동원되지 않으면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 예전처럼 힘든 이사는 차츰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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