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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부규 Mar 10. 2024

자그마한 행복

도서관에서

어제 도서관 아동자료실에 있는데 한 아이가 두리번거리길래 "뭐 찾는 책 있니?"라고 물었더니 네 글자를 말하는데 못 알아듣겠더라.

아이를 데리고 도서검색 컴퓨터로 가서 자판을 치라고 했다.

독수리 타법으로 한 자 한 자 자음 모음을 치는 아이의 손가락을 바라보는 그 순간이 정말 행복했다.


근데 얼마나 유명한 책인지 모두 대출된 상태더라. 안타까운 마음에 해당 서가로 가서 보여줬다. 책이 모두 빠진 상태로 텅 비어 있더라.


읽고 싶었기에 그러지 못함을 너무나 안타까워하는 아이의 모습이 오래 남는다. 귀엽기도 하고 한편으론 가여운 마음에 내가 더 안타까웠다.


또 한 여자 아이가 다가와

"아저씨! 이 책을 못 찾겠어요." 하며 찾아달라고 고사리 손을 내밀며 도서검색출력용지를 보여준다.

"이건 어른 책이라서 3층에 있고, 또 이건 여기 있으니까 한번 가봅시다." 하며 해당 서가로 데리고 갔다.

대표 청구기호가 쓰여 있는 서가를 가리키며 가나다순으로 쭉 찾아들어갔더니 아이가 나보다 빨리 원하는 책을 발견하고는 "여기 있다." 하며 작은 환호성을 지른다.

미소가 저절로 내 입가에 살며시 다가왔다. 작은 선물이다.


어제는 다른 날보다 많은 행복을 누리는 하루였다.

도서관에서 이런 행복을 누릴 줄이야.

이제는 아이들의 조그마한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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